한국 영화가 동성애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박재호 감독의 1996년 작 '내일로 흐르는 강'은 동성애가 한국 사회의 담론으로 등장하면서 나온 첫 영화다. 거기에는 90년대 들어 동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의 성 정치학, 페미니즘 등 다양한 담론이 활발하게 일어난 시대 배경이 작용했다.
그 전에도 하길종 감독의 '화분'(1972) 등 동성애 코드가 들어간 영화가 없지 않았으나, 동성애를 전면에 부각시켜 달리 보도록 한 것은 '내일로 흐르는 강'이 처음이다.
김인식 감독의 2002년 '로드 무비'는 두 남자의 성애를 사실적으로 그려 충격을 줬다. 이 어두운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했다.
한국 동성애 영화의 최고 화제작은 2006년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다. '본격 퀴어 멜로'를 표방한 이 영화는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관객 5만을 돌파하며 '후회폐인'을 양산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는 이후 직접 감독으로 나서 2008년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연출작 '친구 사이?'를 찍었다.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적지만, 소재로 활용한 영화는 꽤 된다. '여고괴담 2'(1999) '번지점프를 하다'(2000), '주홍글씨'(2004), '왕의 남자'(2005), '미인도' '쌍화점'(2008), '서양골동양과점 앤티크'(2009) 등이 그것이다. 이제 동성애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는 시기는 지났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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