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동생과 큰애를 잃어버렸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코끼리 우리 앞으로 오라고 한 것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왜 오지 않느냐고, 한참만에 전화를 건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아까부터 코끼리 우리 앞에 서서 그애들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로선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누가 할 소리냐고, 대체 어디에 가 있느냐고 되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그애들은 분명 코끼리 우리 앞에 있다고 했다.
코끼리 두 마리가 코를 늘어뜨린 채 아까부터 툭툭 몸통을 부딪히고 있다고 했다. 코끼리 우리 앞에 서 있다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큰애가 입은 빨간 원피스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동물원 안내도를 들여다보면서 움직였다. 안내도에는 친절하게 동물들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끼리 우리를 찾는 동안에도 우리는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섰다. 길목 어딘가에 있어야 할 화살표를 누군가 장난으로 뽑아버린 듯했다.
몇 번이나 휴대폰으로 위치를 확인한 끝에야 큰애와 상봉할 수 있었다. 그애들이 서 있던 곳은 커다란 코끼리 우리의 반대편이었다. 그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코끼리를 보며 서 있었다. 그애들을 기다리느라 점심시간을 놓쳤고 미리 끊어놓은 돌고래 쇼를 관람하기 위해 부랴부랴 움직여야 했다. 왼쪽, 오른쪽, 직진, 우리는 화살표를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끊어진 길에 서 있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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