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6시(현지 시각)부터 오후 5시까지 미국 뉴욕의 미국조리중앙학교 JW 메리어트 교육관에서 열린 2회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 세계권역대회는 한식 올림픽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고품격 대회'로 진행됐다.
우선 대회 장소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학교는 프랑스의 르코르동블루, 일본의 츠지학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조리 학교로 통하는 요리 명문. 참가 규모도 30개 팀으로 엄청났다.
심사 초점은 한식 세계화에 맞춰졌다. 이를 위해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조직위원회는 세계권역대회에서 한국인 심사위원을 배제했다. 재미동포로 영문 도서 발간 등을 통해 한식 전도사 역할을 해 온 요리 연구가 장재옥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은 미국조리중앙학교 교수진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직위는 미국조리중앙학교와의 협의를 통해 미국 음식 전공자뿐 아니라 다른 나라 음식의 전문가들도 심사위원에 포함시켰다.
이승우 조직위원장은 "이미 4개 권역대회를 통해 한국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은 실력자들이 출전한 만큼 이번에는 다양한 전공의 외국인들을 통해 평가받게 했다"며 "한식 세계화 차원에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심사위원들의 한식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오한승 서울 파이낸스빌딩 LG아워홈 조리부장이 기술평가위원을 맡아 심사를 도왔다.
총점 1,500점 중 한식 세계화 가능성 부분에 400점을 배분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심사 과정은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각 팀은 3회에 걸쳐 3시간씩 요리를 해 평가받았는데 이 가운데 압권은 경기 종료 직후 팀별로 이뤄진 개별 시식 행사. 심사위원들은 맛을 보며 요리의 문화적 배경 및 재료 구성의 영양적 측면 등에 대한 집요한 질문 공세로 출전자들을 긴장케 했다.
시식 직후 이뤄진 전시 경연에서도 심사위원들은 요리를 담은 기물의 사용에 대한 적정성과 심미성 등을 평가했다. 또 심사 후 점수를 소수점 이하까지 공개해 심사의 공정성을 높였다.
고교생부터 60대가 넘은 대학 관련 학과 교수와 특급 호텔 조리사까지 다양한 출전자들의 면면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메뉴 구성 면에서는 단조로움을 비켜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출품작의 다수는 닭고기 완자탕, 변형된 비빔밥, 야채 쌈 말이, 궁중 신선로 등이었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살린 디스플레이의 부족도 지적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총평을 맡은 루비 스패컴 미국조리중앙학교 교수는 "한국 음식의 발전상과 세계 속에서 호흡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식 자재의 현지화 시도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날 안종철 백석문화대 호텔조리전공 교수와 박영희 부산정보대 호텔조리계열 교수, 이상아 강원 영월군 세경대 호텔조리과 교수에게는 지도자상이 돌아갔다. 조직위는 11월 중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뉴욕=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대상 수상팀 소감
● 이상훈 "한식 세계화에 긍지"
1995년 2월 경주호텔학교 양식조리과를 졸업하면서 시작한 조리사 생활이 어느덧 15년이 넘어섰다. 처음 조리사 생활을 시작한 뒤 한동안은 소질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 부족한 면을 메우려고 시작하게 된 것이 요리 대회 참가였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요리 대회는 거의 모두 참가해 봤다. 그러면서 대회 때마다 성장의 희열 느낄 수 있었다. 양식 전공에서 분야를 바꿔 르네상스서울호텔의 한식당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요리 대회 참가는 한식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의 동력이 됐다.
이번 대회는 2개월 동안을 준비하고, 고심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출품작을 만들었다. 화려함보다는 자연미를 살렸고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끔 조리법과 양념도 달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식을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조리사들을 보면서 조리사로서의 긍지를 느꼈다. 좋은 식 재료와 조리법으로 한국 음식을 세계인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내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다. 이상훈 조리사
● 노영승 "기본기에 충실했다"
나는 꼭 조리사가 되고 싶었다.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고3 때부터 뷔페 식당에서 일했다. 하루 15시간씩 일하는 고된 생활이었다. 군대에서의 보직도 사단장의 식사를 담당하는 조리병이었다. 매끼 반찬 5가지를 바꿔 내는 일을 하면서 한식의 기본기를 익혔다. 제대 후 야간대 식품조리학과를 다니며 여러 호텔에서 근무하다 르네상스서울호텔에 입사했다.
그리고 요리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대회를 준비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하루에 한 시간도 채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았지만 백김치 셔벗이며 막걸리 샐러드 같은 아이디어가 번쩍이면 피곤이 금세 가신다.
이번 대회 예선인 한국권역대회에서 세계권역대회 진출권을 따기는 했지만 경쟁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입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결국 대상을 받았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한식 세계화를 이끌어갈 리더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벌써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한식과 함께라면 기꺼이 그 길을 가고 싶다.
■ "매콤달콤 떡볶이의 맛, 아름다워요"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 세계권역대회에서 홍보 대사를 맡은 2009 미스코리아 미 이슬기, 미스한국일보 최지희가 퓨전 떡볶이를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냈다.
대회 심사를 맡은 미국조리중앙학교 교수들은 총 6명. 1983년부터 2006년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루디'를 운영해 온 오너 쉐프이며 87년부터 93년까지 볼티모어 매거진으로부터 최고의 쉐프로 뽑혔던 루디 스팩캠 교수를 비롯해 쟁쟁한 심사위원들은 미스코리아들이 만든 된장 소스를 곁들인 떡볶이와 해물 크림 소스 퓨전 떡볶이에 감탄을 연발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미스코리아들이 한식 요리도 잘하다니 놀랍네요."
심사위원 중 아시아 음식을 담당하는 지도 교수인 쉴레이 쳉 교수의 반응은 더욱 강렬했다. 떡볶이의 맛을 6년 전 뉴욕 32번가의 한인 타운에서 처음 접한 뒤 학교에서 떡볶이 홍보 대사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떡볶이의 맛이 정말 좋아요. 처음 학생들에게 떡볶이를 선보였을 때만해도 '도대체 그게 뭐냐'는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다들 '라이스케이크'라는 단어를 알고 있죠."
특히 쳉 교수는 60년째 장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매일식품의 고추장과 된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풍부하고 고소한 크림치즈의 맛과 진하고 구수한 된장 맛 모두가 떡볶이에 잘 어울리네요. 서양 사람들이 이에 달라붙는 끈끈한 떡의 느낌을 싫어하는데 떡의 크기를 작게 해 이점을 보완해 준 것도 좋고요."
쳉 교수의 떡볶이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 "교수와 학생들은 매일 저녁 구내식당에서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판매하죠. 내가 만든 떡볶이는 반응은 좋은데 정작 판매는 되지 않아 무료로 주고 있죠. 하지만 떡볶이가 불고기 비빔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날이 꼭 올 것 입니다."
■ 미스코리아 이슬기·최지희 참가 눈길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 세계권역대회에서 홍보 대사를 맡은 2009 미스코리아 미 이슬기, 미스한국일보 최지희가 퓨전 떡볶이를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냈다.
대회 심사를 맡은 미국조리중앙학교 교수들은 총 6명. 1983년부터 2006년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루디'를 운영해 온 오너 쉐프이며 87년부터 93년까지 볼티모어 매거진으로부터 최고의 쉐프로 뽑혔던 루디 스팩캠 교수를 비롯해 쟁쟁한 심사위원들은 미스코리아들이 만든 된장 소스를 곁들인 떡볶이와 해물 크림 소스 퓨전 떡볶이에 감탄을 연발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미스코리아들이 한식 요리도 잘하다니 놀랍네요."
심사위원 중 아시아 음식을 담당하는 지도 교수인 쉴레이 쳉 교수의 반응은 더욱 강렬했다. 떡볶이의 맛을 6년 전 뉴욕 32번가의 한인 타운에서 처음 접한 뒤 학교에서 떡볶이 홍보 대사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떡볶이의 맛이 정말 좋아요. 처음 학생들에게 떡볶이를 선보였을 때만해도 '도대체 그게 뭐냐'는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다들 '라이스케이크'라는 단어를 알고 있죠."
특히 쳉 교수는 60년째 장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매일식품의 고추장과 된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풍부하고 고소한 크림치즈의 맛과 진하고 구수한 된장 맛 모두가 떡볶이에 잘 어울리네요. 서양 사람들이 이에 달라붙는 끈끈한 떡의 느낌을 싫어하는데 떡의 크기를 작게 해 이점을 보완해 준 것도 좋고요."
쳉 교수의 떡볶이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 "교수와 학생들은 매일 저녁 구내식당에서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판매하죠. 내가 만든 떡볶이는 반응은 좋은데 정작 판매는 되지 않아 무료로 주고 있죠. 하지만 떡볶이가 불고기 비빔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날이 꼭 올 것 입니다."
■ 마이클 스키비치 교수 대회 총평
"5,000년을 이어 온 한국 음식의 역사가 바로 이곳에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건강 음식인 한식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리라는 걸 확신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회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 세계권역대회 시상식에서 '미국조리중앙학교의 한식 전도사'로 불리는 마이클 스키비치(사진) 교수는 참가자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조리중앙학교에서 한인학생회를 지도하고 있는 담당 교수로서 이날 행사 진행을 총괄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제대로 된 한식 요리 대회'가 되게 도와 준 것에 대해 고마워 했다.
"6년 전 한인학생회는 가장 운영이 잘 되지 않는 클럽 중 하나였죠. 그때 우연히 제가 지도 교수를 맡게 됐어요. 요즘은 제일 활발한 단체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학생들도 이제 그만큼 한식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구요."
불고기와 비빔밥이 차례로 미국조리중앙학교의 인기 음식으로 등장하면서 이제 이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2일 이상 한식 강좌를 듣고 있다. 스키비치 교수는 단골 강사로 나서 한식의 철학과 문화를 알리고 있다.
"한반도의 북쪽 사람들은 면을 즐겨 먹고 남쪽 사람들은 밥을 즐기죠. 이는 자연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입니다. 결국 한식은 자연인 것입니다. 친환경적인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거기 있습니다."
김치를 손수 담가 먹을 줄 안다는 그는 포시즌호텔과 캘리포니아조리학교 등을 거친 백전 노장. "한국 음식을 이해하고 알아 간다는 일이 정말 즐겁습니다." 이번 대회로 휴일을 고스란히 반납한 그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뉴욕= 김대성 기자
■ '한인의 날' 한식기업 홍보부스 뉴요커들 100m 줄 서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미국 뉴욕이 한국의 맛과 멋에 흠뻑 빠져들었다.
2일(현지 시간) 뉴욕 중심가에서 한인의 날을 맞아 개최된 코리안 퍼레이드는 2회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 세계권역대회 참가자들의 거리 행진과 지자체 기업 등의 전시 행사로 현지 주민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었다.
이번 대회 출전자들과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조직위원들은 이날 한국 전통 민화화가 서공임 화백의 호랑이 그림을 디자인한 현수막과 깃발, 전통 태극선 등을 흔들며 거리 행진과 카 퍼레이드를 벌였다.
퍼레이드를 관람하던 뉴욕 시민들은 조리모와 앞치마 등 쉐프 복장에 녹색 조리 스카프를 착용하고 태극마크를 단 출전자들에게 큰 환호성으로 답했다.
이날 이번 대회 홍보 대사로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함께 퍼레이드를 선두에서 이끈 2009 미스코리아 미 이슬기, 미스한국일보 최지희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황금침선이 준비한 궁중 당의를 선보였다.
조직위가 '한식 세계화 산업화 상품'으로 선정한 전주비빔밥과 매일식품의 전통 장류, 서정쿠킹의 분말 소스도 32번가 한인타운에 마련된 부스에서 각각 샘플링 행사를 통해 현지인들과 만났다.
특히 200인분이 준비된 전주비빔밥 편의식은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자레인지에 3분만 데우면 쉽게 전통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 전주비빔밥에 관한 영문 설문 조사도 병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부스 앞 약 100m까지 시민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서정쿠킹이 불고기 분말 소스를 이용해 즉석 조리한 불고기의 시식 행사와 매일식품의 장류 샘플링 행사도 많은 뉴욕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한식 열풍은 4일 미국조리중앙학교에서 열린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로 이어졌다.
뉴욕=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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