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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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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입력
2009.10.0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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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교육행태를 그냥 두고서 무작정 교육적 열정과 무한한 투자를 칭송하는 것은 경제위기에서 투자만 외치는 경제 애널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 특히 이를 부추기는 교육행정 책임자는 버블을 더욱 키우려는 부동산 투기꾼과 같다.

교육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찬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의 <근대화 교육론> 이다. '교육입국' 정신이 오늘날의 한국을 이룩하게 한 원동력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교육 패러다임은 낡았다.

낡은 근대화 교육 패러다임

근대화 패러다임의 교육이 국민 교육적 관점에서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의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노동력의 질을 유지시켜온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국민교육 혹은 집단적 차원의 교육 효과만 본다면 교육의 가능성은 무한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교육과 교육의 질 관점에서 본다면 그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우선 현재의 부정적인 교육현실인 주입식 교육이나 지식위주 교육의 폐해는 근대화 교육이 드리운 그늘이다. 개인의 삶의 질에 주목하고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주요 교육목표인 오늘날 근대화 교육 패러다임은 더 이상 지탱되기 힘들다.

근대화 교육 패러다임이 낳은 부작용은 적지 않다. 한국 교육의 난맥상을 초래한 조변석개식 교육 정책은 장기적 비전을 갖춘 교육정책이 아니었기에 파행적인 교육 행정을 낳았다. 과열된 입시위주 교육을 제어하는 데 초점을 두었던 수많은 입시 드라이브 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미국식 교육정책을 여과 없이 우리 교육현실에 적용하면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낳게 만든 것도 포함된다. 정작 미국식 교육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철학적 기반에는 관심이 없고 껍데기 프로그램만

무작정 끄집어낸 유학파 교육학자들에게도 그 책임이 없지 않다.

교육의 난맥상을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의 측면에서만 보는 것은 교육공동체 내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교육행위자들의 의도적인 측면과 내면적인 동기를 놓칠 수 있다. 대체로 이러한 접근방식은 지나치게 사회심리학적이고 개인행동에 기초한 것이라고 비판 받는다. 그렇지만 특정한 교육정책을 입안하게 하고, 독특한 교육문화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학부모 학생 교육자 등과 같은 행위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의 교육공동체는 병적 증상으로 지나친 교육열을 표출하고 있다. 이는 학부모들이 각기 자신의 교육적 지원활동으로 얻는 교육적 효과를 무작정 확신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적 한계를 보지 않은 채 맹목적인 지원 활동에 몰두한다. 물론 인간의 변화가능성이 교육의 기본 가정이지만,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인간교육에서 '하면 된다'는 구호는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철학자 칸트가 18세기 후반에 집필한 <순수이성비판> 이 인간이성의 한계를 지적하고 인식의 가능성을 모색했듯이 일종의 <교육이성비판> 이 필요하다.

다양한 생애 설계 돕는 길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키면 무조건 성적이 오를 것으로 착각한다. 사교육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성적 향상은 가능하겠지만 그 한계 너머는 미지의 차원이다. 학습자의 능력 소질 흥미는 학습내용을 소화하는 데에 핵심적인 변인들이다. 교육행위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육적 독단에 빠지게 된다. '교육이성'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인생에서의 성공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인 사고다. 현명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실패자가 사회에서의 실패자가 되지 않도록 자녀에게 다양한 생애 설계의 돌파구를 만들어준다. 아울러 그러한 것이 가능하도록 사회·제도적인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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