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총체적 부실ㆍ비리 덩어리라는 사실이 올해 국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1988년 이후 직선으로 선출된 1~3대 회장이 모두 비리로 구속된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위 아래 가릴 것 없는 도덕적 해이는 임직원들의 횡령, 방만한 경영, 무책임한 조직 운영, 파행적 자산 관리 등 전방위에 걸쳐 비리 백화점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도 올해 초 대통령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촉구한 농협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부패한 농협에 기생하는 기득권 세력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비리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은 농협의 존재이유를 의심케 한다. 우선 고객예금과 정보를 빼돌려 주식투자하고 공무원ㆍ교사 등 무자격자에게 대출하는 등 일상화한 횡령과 부당대출 등으로 2005년 이후 해직ㆍ정직 등의 징계를 받은 임직원이 900여명에 달했다. 대부분 낙하산 인사인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21개 자회사 임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7,000만원을 넘었다. 공기업 임원 처우를 차관급으로 정한 정부 지침마저 적용되지 않는 '별천지'에 다름 아니다.
내부 문화가 이러니 중앙회와 지역조합 자회사 고위간부들이 121계좌 820억원대의 골프장 회원권으로 흥청망청 골프를 즐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골프장 회원권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라고 지적한 것은 공염불이 됐고, 240만 조합원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초원의 잔치를 벌인 꼴이다. 2000년 이후 외화증권에 투자했다가 6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 농민 지원을 강화하고 자산을 알뜰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올해 초 민관 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가 농협중앙회를'농협경제연합회'로 바꾸고, 상호금융을 '상호금융연합회'형태로 독립하는 신ㆍ경분리안을 제안한 배경이다. 하지만 농협은 상호금융을 떼내 연합회를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발하며 농민 표를 볼모로 정치권과 정부 로비에 매달리는 구태를 연출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유혹과 유착을 뿌리치지 못하면 더 이상 개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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