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냐, 비유럽이냐.
8일(한국시간) 오후 발표가 예정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는 누가 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도리스 레싱(2007)과 르 클레지오(2008), 2년 연속 유럽 작가에게 상을 안겼던 노벨문학상이 비유럽 지역으로 돌아갈지가 우선 주목된다. 오르한 파묵(2006) 등 3차례나 수상자를 예측했던 영국의 온라인 베팅사이트 래드브록스(ladbrokes.com)의 베팅 결과와 외신을 근거로 올해 수상자를 점쳐본다.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올해 가장 수상 확률(배당률 4대 1)이 높은 작가는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70). 힘의 논리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중동평화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공존이라는 이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왔다. 지난해까지 거의 거론되지 않던 알제리의 여성 소설가 아시아 제바르(73)가 수상확률 2위로 꼽힌 점(5대 1)이 눈에 띈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억압받는 중동 여성들의 문제를 주로 다뤄온 작가로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인 호레이스 엥달이 "문학세계의 중심이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이후, 토니 모리슨(1993) 이래 수상의 맥이 끊긴 미국 작가의 수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미국 작가 중에서는 단골 후보인 조이스 캐럴 오츠(71)와 필립 로스(76)가 각각 래드브록스의 배당률 5대 1, 7대 1로 올해도 유력 후보군에 속한다. 아랍의 대표적 시인인 시리아의 아도니스(79)도 배당률 8대 1로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권 작가 중에서는 올해 화제작 <1Q84>를 선보인 무라카미 하루키(60)가 배당률 9대 1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한국의 고은(76) 시인은 배당률 12대 1로 하루키에 이어 아시아 작가로는 두번째로 높은 확률로 수상이 점쳐진다. 지난해(34대 1)보다 확률이 높아졌으며 최근 3년간 소설가들에게 상이 돌아간 점을 고려하면, 수상 기대를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국내 작가로는 지난해 세계 유수의 도서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도서전에서 개막연설을 한 소설가 황석영(63)씨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일 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의외의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유럽 출판계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등에서 '깜짝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전 한국문학번역원 원장)는 "유럽 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노벨문학상은 각 지역의 고전적인 작가에게도 가치를 부여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한국 작가에 상이 주어질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유럽에 한국문학 작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지도 10년 정도 지난 만큼 좋은 소식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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