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가 도로에 설치되는 횡단보도를 놓고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지하상가 상인들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보행자 우선주의'를 표방한 지자체는 시내 횡단보도를 더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은 지하를 통과하는 행인 수가 크게 줄어 매출에 타격이 우려된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와 중구 등에 따르면 명동 지하상가 상인 10여명은 6일 새벽 1시30분께 명동 밀리오레 앞 도로에서 명동~남산 방면으로 횡단보도를 만들려는 중구청 관계자 150여명을 막아 4∼5시간 동안 승강이를 벌였다. 상인들은 당일 공사가 끝나는 아침 해산했지만, 중구청이 시 방침에 따라 횡단보도 설치작업을 강경할 태세여서 또 다른 충돌이 우려된다.
시는 또 지난달 철거된 회현고가차로 사거리에도 횡단보도 3개를 설치했다. 하지만 인근 회현지하상가 상인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해당 상가 입구에 에스컬레이터 6대와 승강기 1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상인들은 "에스컬레이터 및 승강기 설치만으로는 매출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와 중구청은 이 밖에도 한국은행~포스트타워(서울 중앙우체국 신청사) 도로 등 시내의 다른 지하도 밀집 지역에도 횡단보도를 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대문 시장과 명동, 남산 등 쇼핑 · 관광특구를 지상 횡단보도로 연결하자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동 지하상가 의류상은 "일단 횡단보도 선이 그어지면 춥거나 더울 때만 사람들이 지하로 들어와 매출이 절반 이상 준다"며 "지하 상인들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가 측은 대안으로 "소공동 · 명동~회현~남대문~을지로 등 기존 지하상가들을 통로로 연결해 도심 전체를 땅 밑으로 쾌적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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