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사랑상품권 판매대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고객 예금 해지해서 자기 카드대금을 메우고, 고객 예금을 담보로 자신이 대출을 받고, 젖소를 육우로 속인 납품업체서 금품 받아 챙기고, 협동조합 돈으로 중앙회 직원 자녀 유학 보내고….
5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난 농협 일각의 모습이다. 비록 전체 농협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농업인의 든든한 벗'이란 말이 무색하게 들린다. 문제는 이 같은 비리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이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의 비리와 관련된 징계처분 건수는 최근 5년간 909건을 기록했다. 징계수위별로는 해직이 90명, 정직 68명, 감봉 220명, 견책이 531명에 달했고, 건수는 2006년 163건, 07년 190건, 08년 215건 등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의 경우 7월 말 현재 143명이 징계처분을 받아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 의원은 "돈을 맡겨놓은 농민들을 생각하면 분통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4급 전모 과장은 2007년 9월부터 08년 2월까지 상품권 판매대금, 공무원 복지카드 포인트대금 등 2억7,000여만원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하다가 덜미가 잡혀 징계해직됐고, 5급 김모 과장은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돌려 막기 위해 2007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고객의 정기예금 및 펀드를 임의로 해지, 25회에 걸쳐 본인의 카드대금으로 2억5,700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리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이계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에서 최근 3년간 137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35명 중 형사 고발된 직원은 8명에 그쳤다.
특히 9억6,900만원의 판매대금을 빼돌린 직원도 내부징계로 끝나는 등 '제식구 감싸기'가 일상화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비리 직원에 대한 관용이 부정과 비리를 더욱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는 "횡령 금액을 즉시 갚아 손실을 끼치지 않았거나 평소 조직에 기여한 점이 고려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에는 '공무원의 범죄 혐의사실을 발견한 경우 이를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협은 정부조직은 아니지만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로서 임직원들에겐 공무원에 준하는 책무가 부여되고 있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조합원(농민)들의 돈으로 2007~09년 중앙회 직원 자녀 유학자금 총 10억9,400만원을 충당하는 등 2008년 한 해에만 임직원 학자금으로 241억원을 지원했다"며 "농업인 자녀의 해외 유학 자금은 지원 대상도 아닌데 주주인 농업인 자녀 학자금으로 지난해 지출된 금액은 22억5,000만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