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남 순천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게 해 최모(59)씨 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씨의 남편 백모(59)씨와 딸(25)이 법정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해 향후 뜨거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1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홍준호)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백씨 측 변호인은 "백씨 부녀가 자신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있는 최씨와 갈등을 겪어오다 불만을 품고 살해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백씨가 딸의 살해 제안을 받고 막걸리를 순천시내의 한 식당에서 구입해 청산가리와 함께 딸에게 건넸고, 딸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투입해 주방 냉장고에 보관해왔다는 공소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사건 당일 새벽 백씨가 집 화장실 앞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막걸리를 주워 토방에 갖다 놓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백씨의 행위와 최씨 등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백씨의 딸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등 남자관계가 문란해 최씨에게 질책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청산가리 입수 경위에 대해 당초 백씨가 4~5년 전 순천의 한 자전거수리점 주인에게 구입했다고 밝혔다가 그 주인이 17년 전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자 다시 백씨가 17년 전 구입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백씨의 변호인은 공판 직후 "피고인과 증인, 참고인들이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더구나 백씨 부녀가 혐의 사실에 대한 자백을 번복한데다, 검찰이 살인과 관련된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유죄 판결을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백씨 등의 조사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녹화했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강압수사는 전혀 없었다"며 "백씨 부녀의 자백과 범죄의 신빙성을 높일 보강증거를 확보한 만큼 공소 유지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순천=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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