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요즘 신명이 나 있는 것 같다. 친서민ㆍ중도 실용의 구호가 잘 먹히고, 정운찬 총리 기용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인 데 이어, G20 정상회의 한국 유치라는 대박을 터뜨렸으니 한껏 고무되는 게 당연하다. 촛불 때문에 해명ㆍ사과를 한 지 1년 3개월 만에 연 특별기자회견(9월 30일)에서도 넘치는 자신감을 보였다.
G20회의와 함께 온 자신감
이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G20 정상회의 유치는 새로운 국운을 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 행사가 열리는 내년 11월쯤이면 세계가 경제위기에서 분명히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국제 경제의 새로운 전환기를 한국에서 연다는 각별한 의미까지 더해진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큰 행사와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 그 존재를 알리고 위상을 높여왔다. 86아시안 게임, 88서울올림픽에 이어 2002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와 같은 스포츠행사나 ASEM(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비롯한 국제회의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지대했다. 이제 G20을 통해 우리나라는 '더 큰 대한민국'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도 대한민국은 아주 큰 나라다. 알기 쉽게 말해 200여명 중에서 10등 정도를 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의 위상을 새삼 절감하게 되며,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실제보다 훨씬 더 평가절하하는 일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크다는 평가는 주로 경제규모와 과학기술력에 관한 것이다. 특히 문맹 퇴치율이나 고속통신 보급률, 온라인게임, 정보화지수 등으로 구성되는 잠재력 부문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여러 번 치러 본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일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더 큰 나라가 되려면 경제ㆍ과학기술 등 가시적 부문은 물론, 인간의 마음에 직결되는 소프트 파워에 대해 부단한 노력과 공을 들여야 한다. '더 큰 대한민국'을 이루기 바라는 한국인들에게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높은 도덕심과 공공의식, 문화적 소양 등이다. 국제사회ㆍ다문화사회를 살아갈 개방성과 공개념이 우리는 아직도 미약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좋지 않다. 예컨대 새로 개봉된 영화 <벨라> ,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와 같은 작품에서 한국인은 돈만 알고 염치없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현실에서든 아니든 이유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은 게 아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는 단시일에 개선되지 않는데, 한국인에 대한 반감은 점차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이미지가 기업이미지보다 못하며 개인이미지는 기업이미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한국, 한국인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파이널> 벨라>
한국인의 모습을 새로 만들어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사회를 선도하는 사람들이 부정ㆍ비리 추방에 문자 그대로 앞장서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해외 출국자나 국외 활동자들의 교양을 높이는 노력도 긴요하다. 과학기술 부문에서 큰 업적을 쌓았거나 수출 등으로 국부 증대에 기여한 사람들만 표창하지 말고,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준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을 널리 알리고 적극적으로 표창해야 한다. 한국인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한국인 이미지 개선이 시급
올해 3월,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현재 33위인 국가브랜드 순위를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인 15위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비전이 '배려하고 사랑 받는 대한민국'이다. 이 말은 결국 '국제사회에서 존경(또는 존중) 받는 한국인'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성이 좋고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을 큰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큰 사람은 당연히 존경 받지만, 거꾸로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큰 사람이다. '큰 한국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하종오 문화부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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