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소득층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하는 미소(美小)금융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사회 활동가들의 눈길이 한국의 대표적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운영 기관인 '신나는 조합'에 쏠리고 있다.
비영리 민간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신나는 조합은 1999년 한국 사회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소개했고, 이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으로부터 5만달러(약 5,800만원)를 지원 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142개 사업체, 484명에게 대출을 했고 상환율이 약 95%에 달해 모범적 운영 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신나는 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명기(56) 목사는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 방안을 구체화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민간 단체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체의 보증이나 담보 없이 오직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신뢰를 담보로 돈을 대출해주는 사업, 그렇기 때문에 자본이나 금융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은 사업이 마이크로 크레디트라는 것이다.
정 목사가 첫 번째로 꼽는 이 사업의 성공 비결은 대출 수혜자에게 돈과 함께 꿈과 희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 그는 "게으르지도, 무능력하지도 않은데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으로 차단당한 분들을 찾아내 동기를 부여하면 놀라운 성과를 내는 것을 지켜 봐왔다"며 "이런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신나는 조합은 대출 절차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서에는 수익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고, 지원대상으로 정해지면 창업에 필요한 각종 기술, 재무, 마케팅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이 과정에서 진정으로 인생의 변신을 꿈꾸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려진다"고 귀띔했다. 지원 상한액은 개인은 2,000만원, 공동체를 구성해 대출 신청할 경우 5,000만원이다.
사업 성공에 '두레일꾼(자원봉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출 신청자의 고민과 희망사항을 두레일꾼이 조건없이 진심으로 귀담아 들으면서 대출 상환율이 높아지고 사업 성공사례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신나는 조합은 상근자가 7명뿐이고 대부분의 업무를 두레일꾼이 맡고 있다.
신나는 조합이 성공 사례로 꼽고 있는 '손맛식품'은 인천에 공장을 두고 김치, 장아찌 등 식품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정 목사는 "갖가지 규제와 간섭으로 모금과 지원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행법'(가칭)이 제정돼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수감생활을 했다. 신나는 조합 설립을 주도했고 2006년 이사장에 취임했다. '빈민 여성의 대모'로 불리는 강명순(53) 목사가 부인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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