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지 1달. 들불처럼 번지던 집값과 대출 상승세는 일단 주춤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추석 이후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추가급등의 불안감이 남아 있고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풍선효과'등을 감안하면 '불씨'는 여전해 보인다. 대출자들에겐 급등하는 금리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금융당국이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를 골자로 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든 이후, 그 동안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심의 집값 오름세가 크게 꺾였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3㎡(34평)형의 경우 한달 전 12억8,000만원까지 호가됐지만 최근엔 12억~12억2,000만원에, 가락동 가락시영1차 42㎡(12평)형도 2,500만원 가량 빠진 5억8,000만~6억원 선에 매도 호가가 붙었다. 강동구 둔촌주공2단지 59㎡(17평)형도 8억원 이상 나가다 최근 7억9,000만원 안팎에서 호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DTI규제 강화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대기 수요가 두터워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잇단 '청약 대박'을 이어가는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이 기존 매매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수도권 집값 안정을 장담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DTI규제로 집값 상승의 발목은 잡은 상태지만 국내경기 회복과 신규분양시장 과열 등과 맞물리면 시장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며 "다만 올 들어 상당수 지역 집값이 단기간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최근 높아진 가격에 대한 부담 등으로 큰 폭의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1~25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으로 한달 전 같은 기간(2조7,000억원)보다 20% 가량(5,000억원) 줄었다. 6월 이후 줄곧 3조원 이상씩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DTI 규제 강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된 셈.
다만, DTI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권 대출은 이른바 '풍선효과'에 힘입어 증가세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5일까지 제2금융권의 주택대출 증가액은 1조원으로 전달 같은 기간(8,000억원)에 비해 25%(2,000억원) 가량 늘었다. 금감원은 "비은행권의 경우 주택구입 용도 이외의 비중이 80% 정도"라며 "대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선제대응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경기회복과 금리인상 기대감을 타고 최근 2달 동안만 0.35%포인트나 오른 2.76%까지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금리는 벌써 최고 6.5%를 넘어섰고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CD금리가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집값 단기 급등의 부담감과 맞물리면서 지난 한달 대출규제 강화효과가 컸다"며 "앞으로 당분간 집값은 강ㆍ보합세, 대출 증가세는 현 수준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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