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영미(48)씨는 3년 전부터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을 그린다. 소, 나귀, 말, 개, 새 같은 동물들은 그의 캔버스 위에서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소풍을 가고 기념일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기도 한다. 붉은 색, 푸른 색 등 강렬한 색채감과,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소통 부재의 현실을 말하는 듯 하다. 이 그림들에 대해 작가는"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동물의 무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가 동물 작품 시리즈 25점을 모아 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필립강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4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갤러리운(Uhn) 초대전에서 동물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김씨는 20년 가깝게 누드 드로잉 작업을 해왔다. 그는 "인체를 그리면서 수백명의 모델을 만나고 그렸다. 어느 순간 인간을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물의 모습을 빌려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파에 앉아 있는 소의 그림은 그림을 그린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자화상이라고 설명했다. 1961년생 소띠인 데다 어린 시절 쟁기질하던 소에 받혀 죽을 뻔한 경험이 있다는 김씨는"소의 부지런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캐릭터가 나를 대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02)517-9014
김지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