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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시티-넷 아시아'전/ "도시를 해부한다" 亞 젊은 예술가 37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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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시티-넷 아시아'전/ "도시를 해부한다" 亞 젊은 예술가 37인의 시선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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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현대미술은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부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티­­_넷 아시아 2009'전은 서울과 도쿄, 베이징, 이스탄불의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한 눈에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시립미술관이 2년마다 개최하는 전시로, 서구 중심인 미술 무대에 아시아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고 그 위상을 확립하고자 마련된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다.

4회째인 올해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일본 도쿄의 모리미술관, 중국 베이징의 금일미술관, 터키 이스탄불의 현대미술관이 참여해 각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낸 젊은 작가 37명의 작품 100여점을 풀어놓았다. 각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해당 도시의 이슈를 담아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가를 선정해 전시장을 꾸미는 방식이다.

이스탄불은 올해가 첫 참가다. 이스탄불 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레벤트 칼리코글루는 '새로운 대륙 이스탄불'이라는 주제로 낯선 터키의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놓인 터키인들의 정체성 문제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관심이 도드라진다.

쉐넬 오즈멘과 엘칸 오즈겐의 '테이트모던으로 가는 길'은 두 작가가 터키의 디야바키르산맥에서 나귀와 말을 타고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물이다. 돈키호테를 패러디해 현대미술의 변방인 터키의 작가가 주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표현했다. 할레 텐걀의 '횡단면'은 비자 문제, 이민 문제 등 터키가 유럽 국가로 편입하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조리함을 말하는 비디오 작품이다.

베이징 금일미술관의 큐레이터 리샤오치엔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시선을 '퇴적작용'이라는 주제로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서구의 방식을 껴안았던 중국 현대미술 1세대와 달리 반성적, 비판적 경향을 보인다. 베이징 시내의 경관을 담은 치펑의 사진 '왜 내가 너를 사랑해야만 하지?'에서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가 디자인해 베이징의 상징물이 된 CCTV 타워의 모습을 영화 '트랜스포머' 속 로봇처럼 변형시켰다. 도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생뚱맞게 서있는 거대한 로봇의 모습은 중국의 현실을 유쾌하게 비꼰다. 화가 리칭은 모나리자와 현대미술을 연 마르셀 뒤샹의 초상화를 각각 그린 뒤 마르기 전에 겹쳤다 떼어놓음으로써 묘한 중첩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도쿄의 현대미술은 진보와 성장 대신 자기 성찰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도쿄인들의 모습을 반영하듯 일상적인 소재와 섬세한 수공으로 이뤄진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작업들이 많다. 모리미술관 큐레이터 나츠미 아라키는 여기에'중심을 벗어나_일본 현대미술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변화'라는 주제를 붙였다. 다마나 아라키는 둥근 공을 감싸고 있는 붉은 색 실 끝에 의자, 책상, 침대 같은 작은 오브제들을 붙였고, 아이코 데즈카는 유럽풍의 꽃무늬 융단에서 다섯 가지 색의 날실을 길게 풀어내려 융단 속에 숨어있던 실의 실체를 밖으로 드러냈다.

서울시립미술관 조주현 큐레이터가 정한 서울 섹션의 주제는 '양날의 검'이다. 전통과 서구 문화의 혼재 속에서 성장한 젊은 작가들의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정교하게 새긴 인체상과 거친 손들로 이뤄진 날개 형상 조각을 출품한 최수앙씨, 물질 문명을 상징하는 쇳가루로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풍경화를 만든 김종구씨, 도시의 야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무대 위로 관람객들의 모습이 비치게 한 이진준씨 등 9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02)2124-88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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