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극 무대에 가족 이야기가 풍성하다. 전통적인 가족의 이미지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페미니즘을 업고 더 기세 등등해진 여성들이, 개발 광풍에 휩쓸리는 남자들의 위선 속에 위협 받는 가치를 염원하는 모녀가 있다.
남존여비의 전통적 가족상 속에서 가정의 중심으로 꿋꿋이 존재해 온 어머니의 상은 아직도 유효한 소재다. '친정 엄마와 2박 3일'은 TV 드라마 '아들과 딸'을 보는 듯한 기시감 속에 강부자, 전미선 콤비의 연기로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다. 11월 15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02)6005-6010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을 얼려 죽이기로 모의한 주부들을 그린 극단 로뎀의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의 여성성은 거침없다. 폭압적 남편, 부부생활에 무관심한 남편 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그들은 모략으로 남편들을 지하 냉동창고에 가둔다.
남편들은 덜덜 떨며 아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결혼 생활의 은밀한 비밀들이 폭로되는 미국식 코미디.'나, 여자예요' '셜리 발렌타인' 등 일련의 페미니즘극을 선보였던 극단의 저력이 묻어난다. 31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 (02)736-7600
삶에 지친 한국 중년 남성들이 공유할 법한 환상을 그린 극단 완자무늬의 풍자극 '콩가루'는 우수마발의 일상에서 거대한 문제를 뽑아 올리는 입심이 대단하다.
부인과 삶에 지친 중년의 남성들이 부인을 길들이기 위한 방책으로 북한과의 전쟁을 택하고 난 뒤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이 시대 반통일 세력 또는 주적(主敵) 문제를 겨냥하는 무대에는 해학이 가득하다. 11일까지 대학로극장. 070-7519-360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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