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1일 오후 3시22분께 동해 상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들을 태운 전마선(소형 고기잡이배)을 탐지했지만, 확인 요청은 이보다 2시간30여분이 지난 뒤에 이뤄졌던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아무리 귀순 북한 선박이라 해도 해안 코앞까지 올 때까지 전혀 검문 및 검색을 하지 않은 것은 국민적인 불안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전마선은 북한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수백㎞ 떨어진 공해까지 나갔다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군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북한 주민 11명이 승선한 3톤짜리 전마선은 지난달 27일 밤늦게 김책항을 출발, 북한 육상과 경비정의 레이더를 피해 동남쪽 250여㎞ 지점까지 항해하다 다시 서남쪽으로 선회해 남측 영해로 진입했다.
이 선박은 강릉 앞바다에서 오후3시22분께 육군 레이더망에 잡혔으며 군은 이를 '미식별 선박'으로 분류해 즉각 해경에 통보하는 동시에 항로를 계속 추적했다. 이후 배는 강릉 앞바다에서 주문진 앞바다 쪽으로 북상했고 해당 지역 군 레이더 기지는 인근 지역 부대로 배의 위치를 인계하면서 추적을 계속했다.
오후5시50분 배가 계속 북상해 주문진 해역 300m지점에 이르자 군은 해경 출장소에 확인을 요청했고, 추적한 지 2시간여 만에 출동한 해경은 오후6시2분 배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들의 귀순의사를 확인해 주문진항으로 유도했다. 주민 신고가 들어온 것은 오후6시1분으로, 당시 해경은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순찰선을 출항시켰으니 확인 뒤 알려주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초기에 북한 선박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북한 선박은 군 레이더망이 포착할 수 있는 거리를 벗어나 돌아서 남측 영해로 들어왔다"며 "배의 신원을 100% 확인하지 못했지만 간첩선의 특이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작전규정에 따라 이동궤적을 계속 추적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미식별 선박이 이상행동을 보이면 선박 주의보를 발령하는데 북한 선박은 다른 배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항해를 했으며, 당시 이동 속도는 9km 내외 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의 다른 관계자는 "군과 해경의 의심선박 식별 시스템에 일부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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