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중진의원으로 지난 총선에서 낙선해 자민당 참패의 상징처럼 된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ㆍ56) 전 재무장관이 4일 숨진 채 발견됐다.
나카가와 전 장관의 아버지 역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자살로 생을 마감, 이번 사건은 2대에 걸친 비극이어서 일본 정계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카가와 전 장관은 4일 오전 8시15분께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구 자택의 2층 서재 겸 침실 침대에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실내가 정돈된 상태로 다툰 흔적이 없는데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타살 또는 자살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침대에서 약간의 구토물이 발견된데다 가족이 "최근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점을 감안,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방침이다.
나카가와 전 장관은 부친인 나카가와 이치로 전 농림수산성 장관에게서 이어 받은 홋카이도(北海道) 지역구에서 중의원에 8차례 당선한 자민당 중진이다.
'일본의 핵무장 검토 필요성' 등을 주장하는 자민당 내 보수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민당 정무조사회장과 농림수산성ㆍ경제산업성 장관을 지냈으며 아소(麻生) 정권에서 재무성 장관을 맡았다.
나카가와 전 장관은 하지만 워낙 술을 좋아해 2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 폐막 후 술에 취한 듯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진행,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총선에서 대를 이어 46년간 아성을 구축한 지역구에서 낙선한 것도 이 기자회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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