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하면 지난 대선에서 결혼수당 1억원ㆍ출산수당 3,000만원 지원 등의 황당한 공약으로 기억되는 인물. 한동안 뜸하던 그가 요즘 난데없는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이비교주가 읊조리듯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하는 노래 '콜미'로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그의 홈페이지는 하루 수천의 방문객이 찾는다. 여기저기 TV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 '무중력 춤'을 추는가 하면 이 달에만 두 차례 콘서트무대에 올라 환호를 받았다. 그의 이름은 컴퓨터 게이머들이 행운을 기원하며 외치는 주문이 됐다.
▦아이큐 430, 공중부양, 축지법, 외계인과의 교신 따위의 주장에서 보듯 그의 삶은 출생에서부터 성장과정, '정치행적'에 이르기까지 온통 불분명하고 믿기 어려운 일들로 점철돼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인설ㆍ결혼설 등을 겁 없이 흘리고 다니다 명예훼손,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1년 6개월 실형을 살았다. 그러나 올 여름 만기출소 후에도 그는 전혀 기죽지 않은 채 마이클 잭슨, 노무현ㆍ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영혼교류, 예지력과 치유신통력 보유 주장 등을 쏟아내며 '능력'의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워낙 상식 밖인 그의 말을 대중이 믿을 리는 없고, 허씨 스스로도 그걸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측면에서 그는 최소한 사회적으로 크게 위험한 존재는 아니다. 재판에서 "작은 티끌로 흠을 잡는 건 부당하다"며 사실상 허위사실 유포를 시인하는 말을 했고, 최근 저서에서도 "여러분들이 웃을 수만 있다면 저 망가져도 좋습니다"라고 쓴 걸 보면 그의 관심은 아무래도 사람들을 웃기고 그 속에서 함께 즐기는 데 있는 것 같다. 만약 자기 말을 믿는다면 그는 심각한 인지부조화로 자기기만에 빠진, 즉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상태일 것이다.
▦학자 평론가들도 '허경영 현상'을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키치(Kitsch), 가치 전복, 경계 부수기 등 여러 사회ㆍ문화적 분석틀이 제시되지만 역시 그의 성공배경은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말하자면 정치패러디, 또는 정치개그의 한 형태인데 허씨의 인기는 그가 '민주공화당 총재' 직함으로 여전히 정치인 행세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허씨를 비정치인으로 보는 순간 그의 언행은 아무도 웃기지 못할 삼류코미디가 된다. 그러고 보면 정치인들은 허씨를 통해 대중의 조롱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를 보며 비웃는 대신 스스로를 심히 부끄러워할 일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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