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 중국은 건국 60주년을 기점으로 다가올 50년, 100년을 내다보면서 또 다른 대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ㆍ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심화하고 있는 한중관계 속에서 중국의 변신은 우리에게 실용주의적 대응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간 중국이 위기냐 기회냐 식의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다 보니 중국을 보는 시각은 언제나 양극단을 오갔고 차이나 드림과 차이나 쇼크가 어지럽게 뒤섞여 방향을 잃는 경향을 보였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 비츠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그 성장에 합류하라”고 했다. 한국은 중국의 성장에 어떻게 합류할 수 있을 것 인가. 중국 현지전문가 4인의 지상대담을 통해 어떻게 ‘비상하는 용’의 등에 올라타 우리 미래의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인지 모색해 봤다.
●이균동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中업그레이드에 맞춰 윈-윈 가능 사업 발굴
중국시장은 누구에게나 문호를 쉽게 열어주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이 다방면의 제약을 뚫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발전 방향에 맞춰 상호'윈-윈'할 수 있는 분야로 진출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발전과정에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업그레이드'에 맞추어 우리가 기술과 경쟁력을 가진 분야 진출을 강화해 가야 한다. 한중 양국 정상은 정보통신·에너지·환경·금융·물류 등 5대 중점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한 양국 노력이 정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주중대사관도 민관 합동세일즈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내수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둘째, 개별 기업차원에서는 중국 정서에 맞는'중국식 접근'이 시급하다. 우리의'한류'가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동양적 정서와 맞아 인기가 있듯이, 서양식 합리주의 보다는 중국인 정서에 맞는 상품개발과 시장진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과거 중국에선'관시(關係)'가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법과 제도가 급속도로 정비돼 가고 있다. 중국의 법을 잘 준수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절차를 밟아 차분히 접근해 나가야 한다. 이미 우리 기업인들은 아열대지역인 운남성에서부터 최북단의 헤이허(黑河)에 이르기까지 진출하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기업들의 무한한 재능과 창의적 발상을 바탕으로 정부와 함께 손잡고 창출해내는 녹색에너지야 말로 중국시장을 녹여낼 원동력이다.
●이균동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서비스·지식·문화산업, 비교우위 분야 진출을
여전히'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준비된 자에게는'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독'이다. 한국기업들은 다시'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구체적 해법으로 자신이 가진 강점을 분석해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 핵심역량의 중국 현지 이전과, 철저한 시장조사, 현지 정서에 적합한 제품 개발, 유통망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산업적인 측면에서 비교우위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 내수ㆍ서비스업이나 지식ㆍ문화산업은 좋은 기회의 땅이다. 과거엔 한류 컨텐트나 '메이드인 코리아'를 내세워도 장사가 됐지만 앞으로는 보다 전략적으로 중국이 추구하는 방향과 니즈를 빠르게 포착해야 살아남는다.
둘째, 중국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발전 모델 발굴이 중요하다. 중국의 세계화는 한국기업의 글로벌화에도 기여한다. 중국시장을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 한중이 서로의 강점을 상호 보완하는 사업모델을 발굴한다면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 양국 동반자 관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에서의 성공은 사람과 제품, 유통망 등의 현지화에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 중국인을 통한 유통망을 개척해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한중수교 역사는 17년이 넘었지만 중국시장에 대한 이해는 아직 요원하다.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선 귀와 마음을 열어야 한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우리의 최대 수출시장, 韓·中 FTA 적극 검토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동아시아 경제통합 과정에서 우리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중국과의 자유로운 무역환경 조성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한중간에 논의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다 전향적 입장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FTA를 통해 소 중화권 형성을 추구하고 있다. 2003년 홍콩ㆍ마카오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에 이어, 대만과는 무역거래를 자유화하는 일종의 FTA인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체결을 추진 중이다. 중국과 대만의 ECFA가 체결될 경우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하나의 중화권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될 것이다. 한국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소비 대중화 시대를 맞고 있고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기업은 중국의 소득 향상, 도시화, 서비스 산업화 등 변화에 맞춰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자동차 A/S, 자동차 보험ㆍ금융, 물류 증대에 따른 적하 보험, 유통 관련 서비스산업 분야는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제조업 분야에선 LED-TV,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제품 시장 역시 넓혀질 것이다. 또 환경과 에너지 절감, 바이오 관련 사업도 유망 분야이다. 환경관련 설비, 풍력 및 태양열 발전 등 신에너지 관련 사업, 바이오 디젤, 식물성 단백질 등 바이오 관련 사업도 마찬가지로 미래 시장전망이 밝다.
●박한진 KOTRA 베이징KBC 부장中흐름 정확히 예측할 국가 차원 역량 길러야
우선 한눈에 거대 중국을 파악하려는 이른바 '차이나 드렁크'(China drunk)에서 벗어나야 한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를 최상 전략으로 꼽는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하지만 전략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지금 우리는 '지기(知己)'에 앞서 '지피(知彼)'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제라도 '중국 바로 알기'에 나서야 한다.
둘째 수치보다는 트렌드를 봐야 한다. 우리의 중국통계에는 13억 인구의 거대 소비시장, 연평균 8% 성장 등이 따라 붙는다. 다른 한편에선 중국 통계는 짝퉁 통계라고 한다. 더 이상 중국의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말고 질적 도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숫자보다는 변화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숫자는 거짓말을 해도 트렌드는 거짓이 없다.
셋째 기업 차원에서 피드백(feedback)과 피드포워드(feedforward)시스템을 결합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피드백이 성과와 시행착오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라면 피드포워드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제대로 예측해 현실에 반영하는 노력이다. 중국은 구조적 전환과 정책 변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한발 앞서 예측하고 미래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넷째 국가 차원의 미래 중국 예측역량을 길러야 한다. 중국사회과학원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미래 중국을 연구해야 한다. 수출투자 확대방안 같은 단기 과제는 피하고 중국의 틀과 흐름의 변화를 내다봐야 한다. 내수시장의 장기적 재편방향, 인구 및 사회구조의 변화, 10년, 20년, 30년 후 한중 무역투자구조의 변화, 중국의 미래 지리경제학적 위치 등이 과제가 될 수 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