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돌팔이니까 기도 좀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되돌아보니 주의 종 노릇을 한 게 아니라 제 종 노릇을 한 것 같아요." 전남 여수 은현교회 김정명(60) 목사가 지난달 27일 담임목사직을 놓으며 한 말이다. 30여 년 전 이 교회 전도사로 부임한 이래 그와 신앙생활을 함께했던 신도들 상당수는 그의 원로목사 추대예배가 열리는 동안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그는 은퇴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목회활동 초기의 열정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이 적을 때는 아이들 이름까지 다 알았고, 그들이 아프다고 하면 금식ㆍ철야기도도 하면서 내 아픔으로 여길 수 있었어요. 그런데 교인이 1,000명이 넘어가니까 힘들어요. 교인들과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내가 관리자가 돼 버린 느낌입니다."
그 고민이 10년 전부터 그를 괴롭혔다고 했다. "신도들을 나눠 부목사 네 분을 분가시키기도 해봤지만 그래도 안 되더군요. 예순살 될 때까지 애써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겠다고 교인들께 밝혔고, 그 약속대로 그만둔 겁니다."
그는 교회 대형화가 신앙 부흥의 절대적 가치로 여겨지는 추세를 불편해하며 "미신과 신앙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앙은 신을 알아야 하고 신이 요구하는 나의 변화에 쉼 없이 충실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나를 따르려거든 너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짊어지라' 하셨잖아요. 요즘 교인들은 하느님보다 목사를 보고 교회를 찾는 것 같아요. 교회에 이르는 길, 신앙에 이르는 길은 넓고 편한 길이 아니라 나눔과 섬김의 좁고 힘든 길이어야 합니다."
그는 2주 전부터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쉼터를 찾아 신도 12명의 예배를 이끌고 있다. "20~30대 젊은 분들인데 교회에서 적응을 못하신 것 같아요. 그들의 신앙을 인도하는 게 당분간 제가 맡은 소임입니다."
은현교회는 김 목사의 은퇴 예고 발표 직후 '하루 3시간 이상 기도하실 분'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실 분' '2년마다 부목사와 지원하는 성도들로 교회를 분가하실 분' 등 7개 항목을 걸고 신임 목사 초빙 공고를 내 영국의 한 개척한인교회에서 목회해온 최규식(50) 목사를 부목사로 낙점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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