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시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문덕수(81) 시인이 장시집 <우체부> (시문학사 발행)를 냈다. 우체부>
지난해 월간 '시문학'11, 12월호에 연재했던 작품을 묶은 것이다. 500행이 넘는 이 장시는 모두 6부로 구성돼 있는데 시인이 직접 참전해 사선을 넘나들었던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과 임진왜란(1592년)을 병치시키고 있다.
'탄피와 불발탄에 섞인 팔뼈 턱뼈 무릎뼈 갈비뼈 척추 토막'과 같은 파격적인 이미지, 현실과 비현실의 교직, 의식의 흐름 등 전위적 기법을 통해 시인은 생명을 파괴하려는 악은 역사 속에서 늘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면서도 생명의 가치를 지켜 우체부처럼 그것을 후대에 넘겨주려는 인간의 처절한 노력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시인은 시집의 서문에서 "현실에 대한 한숨은 미분절음이지만 그 한숨 속에는 많은 말들이 뒤얽혀 죽순떼처럼 솟고, 아픈 이야기들이 앞뒤 없이 얽혀 꿈틀거린다. 이 장시는 그것들의 기록이다"라고 썼다.
한편 시집 출간에 맞춰 이 시집을 평한 <'우체부'평설>이 출간됐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오세영 시인 등의 평론을 실었다.
신규호 성결대 교수는 "주로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을 발표해왔던 시인이 근자에 와서 독자적 시론을 주창하면서, 창작을 통해 그것을 실현해왔다"며 "그의 시 '우체부'는 그 결실의 대표작품이라고 보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의 영어번역(시집명 'The Postman')으로 해외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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