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중남미 박물관과 미술관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중남미문화원이 개인채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성기문)는 "원장 부부가 개인채무를 회피하고자 문화원으로 재산을 이전했다"며 A씨가 문화원을 상대로 낸 약속어음금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전직 멕시코 대사 출신인 이모 원장 부부가 운영하는 문화원은 이번 판결로 8억3,000여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게 됐다.
이씨 부부는 1997년 아들 회사가 부도가 나자 납품계약을 맺은 A씨에게 약속어음을 지급했으나 이중 8억3,000여만원이 지급 거절됐다. 이에 A씨는 이씨 부부를 상대로 어음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 부부가 재산을 모두 문화원 명의로 옮겨 채무를 회피하자 A씨는 지난해 문화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이씨 부부가 재단 운영의 실제적 주체로서 개인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재단을 이용했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문화원은 공익적 사업을 하는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씨 부부는 1999년부터 집중적으로 방배동 토지를 재단으로 이전하는 등 개인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부동산을 이전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씨 부부와 재단이 별개의 법인격을 지녔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 부부는 재단의 배후자로서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를 밟지 않고 개인재산을 모두 재단으로 이전해 채권자들의 채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등 법인제도를 남용했다"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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