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패로 팽팽히 맞서있던 지난 2일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0-2로 뒤진 채 1사2ㆍ3루 위기를 맞은 롯데 선발 송승준은 3번 김현수를 고의4구로 내보냈다.
송승준이 택한 상대는 다름 아닌 김동주(33).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김동주에게는 '굴욕'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김동주를 만만하게 본 결과는 처참했다. 김동주는 보란 듯이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1차전을 내줬던 두산은 김동주의 만루홈런으로 적지 부산에서 연승을 달렸다. 승부의 무게추는 이미 두산 쪽으로 쏠렸다.
역시 '대장'이었다. '대장곰' 김동주가 큰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두산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3타수 6안타(타율 0.462) 1홈런 7타점의 맹활약.
3일 4차전 직후 진행된 기자단 투표에서는 총 35표 중 18표를 얻어 12표에 그친 김현수를 제치고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올시즌 내내 김현수의 그늘에 가렸지만 김동주는 정규리그 타율 3할5푼3리로 맹타를 휘둘렀다. 19홈런과 86타점을 기록하며 김현수, 최준석과 함께 최강의 클린업트리오의 중심을 지켰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된 팀을 이끌며 '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동주는 "나보다 현수가 더 잘한 것 같은데 내가 받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팀이 3연승으로 좋은 분위기를 탔기 때문에 SK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동주는 이어 "단기전은 긴장하지 않고 즐기는 게 중요하다. 편하게 우리 야구를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베테랑 다운 관록을 드러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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