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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특별회견/ "북핵문제 주도"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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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특별회견/ "북핵문제 주도" 의미는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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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0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우리가 당사자인데 우리의 목소리는 없고 미국, 중국 안을 따라가기만 했다"면서 "우리가 좋은 안이 있다면 6자회담 참가국들을 설득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뤄질 북핵 양자·다자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북핵 문제에 관한 독자적 비전과 해법을 제시하는 능동적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을 제안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이 북한 문제 '주도권'을 쥐려는 의지를 내비친 데에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국내유치를 통해 한층 높아진 국격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확보하자는 판단이 들어있다.

그간의 북핵 협상과정에서 한국은 새 해법을 내놓거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게 이 대통령의 대체적 인식이다.

더구나 북한 문제가 난항에 부딪혔을 때에는 그저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손을 놓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이런 상황을 바꾸려는 것이다.

여기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차단하려는 고려도 녹아있다. 북핵 문제가 대화국면으로 바뀌는 와중에 이전처럼 소극적 자세를 유지할 경우, 자칫 미국이나 중국 등과 북한과의 직거래 양태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배경에서 이 대통령은 6자회담국 중 5개국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면서 북한문제를 철저히 6자회담의 틀 안으로 다시 가져오는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랜드 바겐 구상은 이 대통령 구상의 첫 단추인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그랜드 바겐을 제안하기까지 미국 등 관련국들과 긴밀하게 조율해왔다.

방한 중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이날 "그랜드 바겐은 그간 한미가 협의해 온 사안으로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공조를 바탕으로 이 대통령은 더욱 강한 대북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북한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그랜드 바겐 제안에 대해 "비핵·개방 3000을 답습한 것"이라며 "미국의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 철회가 없이 우리의 핵포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허황한 꿈"이라고 일축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이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남조선 고위당국자가 최근 핵 문제와 관련한 이른바 일괄타결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며 "(그러나) 조선반도(한반도) 핵 문제는 철두철미 조미(북미) 사이에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 보도는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안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첫 공식적인 반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의 북핵 주도권 확보 행보는 대북 문제에 대한 5자의 공통분모를 추출한 뒤 북한의 설득과 동참을 유도하는 후속 조치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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