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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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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거리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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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뮤지컬들이 속속 한국에 상륙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공연료가 저렴해질수록 자리는 무대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어떤 자리에서는 아예 배우들의 표정을 볼 수 없다. 문제는 VIP석 공연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오페라를 처음 본 건 열일곱 살 때였다. 학생 단체관람이었다. 줄리아 로버츠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영화 '프리티 우먼'을 보다 어느 장면 심사가 꼬였던 것도 그 경험과 무관하지는 않았다.

궁핍하게 살던 비비안은 생애 처음 접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에 에드워드는 사랑을 느끼는데 나도 모르게 그 장면에서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 것이다. 신데렐라 식의 빤한 스토리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그들이 앉았던 로얄석 때문이었다. 무대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라면 우리들도 '라 보엠'을 보며 모두 울었을 것이다.

열일곱 우리들이 앉았던 이층 관람석에서 무대는 꿈결처럼 멀었다. 가뜩이나 멀어 배우들의 표정도 보이지 않는데 외국 작품이라 엇비슷한 복장과 가발을 쓰고 있어 더더욱 분간이 어려웠다. 중반부쯤 곯아떨어진 우리는 미미의 죽음을 안 로돌프가 "미미!"라고 소리칠 무렵에야 잠에서 깼다. 먼 이국땅 로마제국의 침략 흔적인 콜로세움에 앉아 떠오른 것도 바로 그런 무대였다. 콜로세움은 그래도 VIP석과 일반석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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