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 이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 므흣한 검색어가 떠올랐을 수도 있어요. 내지는 뒤차가 우리 차를 박았을 때 튀어나오는 그 단어를 연상할 수도 있죠. 그치만 우리가 XXX라고 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활성 유해산소와 싸우는 항산화 물질 X를 3개나 담아서 이 음료를 XXX라고 지은 거랍니다. H.O.T.를 '핫'이라고 부른 이후로, 두 번 다시 알파벳 이름은 먼저 발음하지 않는 당신을 위해 뉴요커는 '트리플엑스'로 굴린다는 걸 귀띔해드리죠. 혹시, XXX를 보면서 3차 방정식 따위가 생각났다면…글쎄요, 몸 속에 쌓여있는지 모를 수많은 유해산소를 의심해보심이…"
인터넷 블로그나 채팅룸에서 퍼 온 글이 아니다. 코카콜라가 지난 여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글라소 비타민워터 '트리플엑스'(XXX) 제품의 라벨에 쓰인 내용이다. 기능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무한경쟁의 시대, 제품의 라벨에도 넘치는 재치가 요구되는 '라벨 전쟁'의 도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상표나 가격, 취급상의 주의 사항 등에 국한되던 제품의 라벨이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스토리가 주를 이루면서 품질 업그레이드 못지않게 중요한 제품의 마케팅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코카콜라 글라소 비타민워터의 경우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알리는 주요 수단이 될 라벨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식 문구 작성에 6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파워씨, 에센셜, 에너지, 멀티브이, 리스토어, 트리플엑스 6가지 제품의 개성 넘치는 각기 다른 라벨을 위해 브랜드팀 직원들은 타깃층인 젊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신조어와 인터넷 용어를 부지런히 익혀야 했다.
특히 감성적인 라벨의 등장은 여성이 주소비층인 제품군에서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의 보디클렌저 '세이'는 여심을 자극하기 위해 라벨에 시 구절을 적어 넣은 케이스다. '매화' 제품에는 김시습의 '매화꽃 비'의 일부를, '함박'의 라벨에는 복효근의 '함박꽃 그늘아래서'를 발췌해 담았다. 이달 말에는 일러스트 작가 김은혜씨의 작품을 라벨에 적용한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초 해태제과가 20~30대 여성을 겨냥해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슈퍼푸드클럽'의 아이스크림 제품 2종의 포장 역시 이색적이다. '내 안에 토마토'에는 토마토의 대표적인 영양 성분인 리코펜을 섭취할 수 있는 토마토 리조토 레시피를, '내 안에 녹아든 차'에는 피부 타입별 녹차 활용법 정보를 새겨넣었다. 또 올 들어 재도약을 선언한 롯데칠성의 음료 브랜드 '2% 부족할 때'는 소비자와의 감성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목표로 패키지에 변화를 줬다. 광고 모델인 그룹 빅뱅 멤버들의 혈액형별 이미지와 사랑스타일을 써 넣었다.
그밖에 프랑스의 탄산수 브랜드 '페리에'는 최근 '테라스의 대화', '파리 스타일 대화' '밤의 대화' 등 '대화'라는 주제로 3가지 버전의 디자인 라벨 제품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페리에를 단지 마시는 물이 아닌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취지를 담은 이벤트다.
이 같은 제품 포장의 변화는 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어 마케팅 관계자들도 선호하는 방식이다.
안영희 LG생활건강 세이 브랜드매니저는 "시장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보디클렌저 제품의 향과 더불어 제품 디자인에도 민감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따뜻한 느낌의 시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제품의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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