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주도 파당시를 강타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1일 현재 최소 529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1,000여명이 붕괴된 건물 잔해에 매몰돼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일 "확인된 사망자 수는 500여명이지만 수마트라 섬 전역에서 수 천여명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일 오전엔 수마트라 섬에서 규모 7.0에 달하는 여진이 또 발생, 인명 피해가 더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파당시에 거주하는 교민 9명의 소재가 모두 파악되었으며 1일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교민은 없다고 이날 밝혔다.
건물 500여 채 붕괴 '아비규환'
지진피해를 입은 파당시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규모 7.6의 강진은 낮은 건물과 비좁은 도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파당시 도심을 뚫고 들어가 500여 채 건물을 그대로 주저앉혔다. 지진 충격으로 도로와 통신망이 죄다 두절됐고 90여만명의 시민들은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해 암흑 속에서 벌벌 떨었다.
시내 곳곳에선 재난지역을 빨리 벗어나려고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와 대피하는 시민들이 뒤엉키는 등 살풍경도 연출됐다. AP통신은 "생존자들이 어둠 속에서 맨 손으로 화재를 진압하면서 잔해를 뒤져 시체를 찾고 있다"며 "붕괴된 4성급 호텔 잔해에 깔린 시신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가 막대하다"고 보도했다.
수파리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지역TV에 출연, "병원 2개와 대형 쇼핑몰이 무너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2006년 6,000명이 숨진 욕자카르타 대지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우지 바하르 파당시 시장도 "너무나 많은 희생자들이 나와 구조작업이 힘들다"며 "전기공급이 되지 않고 생수가 부족해 긴급 원조가 필요하다"목청을 높였다.
쓰나미로 최소 150명이 사망한 사모아 제도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이 전하는 끔찍한 경험담이 잇달았다. 미국령 사모아에 거주하는 디디 아푸아피(28)는 "버스를 타고 해변을 지나는데 갑자기 집채만한 파도가 버스로 쏟아져 들어왔고 운전사가 가까스로 산을 향해 차를 몰아 겨우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해변 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지진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쓰나미가 밀려와 80 여m나 떠내려갔다가 가까스로 빠져 나왔다"고 사고 상황을 전했다.
수마트라와 사모아를 쑥대밭으로 만든 대재앙에 따라 유엔이 긴급구호팀을 파견하고 유럽연합도 대규모 지원을 선언하는 등 국제사회의 협력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 정부도 1일 구조대원 등 45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인도네시아로 급파했다.
2004년 쓰나미 때와 진앙 단층 동일
대형 쓰나미와 강진이 잇달아 발생한 인도네시아 해역과 사모아 제도는 전 세계 지진의 80%가 발생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다. 17시간의 시차를 두고 강진이 발생한 두 지역은 1만km나 떨어져 있어 상호 연관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파당시 주변 해역은 2004년 동남아 지역의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한 단층을 공유하고 있어 강진 위협이 상존해 왔다. AP통신은 "서 수마트라 해역은 유럽과 태평양 판상이 충돌하는 곳으로 수백만년 동안 충돌 에너지가 집중돼 온 곳"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보도에서 "2004년 이후 남태평양 국가들이 쓰나미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모아 제도 쓰나미 발생 당시 경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희생이 커졌다"고 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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