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 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 이 노래를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자주 불렀던가. 아침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면서, 버스에서 내려 강의실로 가면서,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학교 식당으로 가는 길에. 그리고 하루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을 때.
하지만 이 노래를 가장 오래 그리고 길게 음미했던 때는 이불 속에 누워있을 때였다. 밤이 깊도록 잠이 들지 않을 때, 바깥에서는 가을 폭풍으로 나무들이 거친 소리를 낼 때, 그리고 감기라도 들어 열이 나고 땀이 비오듯 쏟아질 때.
누군가 내 옆에 앉아 나직이 이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고 나 역시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누구일까, 아플 때 슬플 때 내 옆에 앉아서 혹은 누워서 이 노래를 들려주던 이는. 그리고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 그 배는 아직도 연못을 떠다닐까, 아님 쓸려갔을까. 내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두둥실 떠다니는 나뭇잎 배.
허수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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