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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사건' 여파 아동성폭행 엄벌 여론/ "항소포기·감형 납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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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사건' 여파 아동성폭행 엄벌 여론/ "항소포기·감형 납득 못해"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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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성폭행을 당해 평생 후유 장애를 안고 살게 된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징역 12년형이 확정된 가해자 조모(57)씨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해서라도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 재판 과정… 12년형 확정까지

여론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조씨를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리지 못한 사법시스템을 질타하고 있다. 우선 검찰의 안이한 공소유지가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바람에 2심에서 더 높은 형이 선고될 길이 막혀 버렸다는 지적이다.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상소하지 않으면 상급심이 원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도 조씨의 상고 이유만 기각하고 12년형을 확정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1심에서 유기징역 상한(15년)에 가까운 형량이 나왔고 항소심 형량이 높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 항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 거듭 엄한 처벌을 공언한 마당에, 검찰이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한 사건에서 법정 최고형에 못 미치는 형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1심 재판부가 먼저 무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알코올 중독자인 조씨가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점을 감안, 심신미약에 따른 형의 감경을 적용해 12년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조씨는 성폭행한 증거를 없애려고 시도했는데, 증거를 인멸할 정신이 있는 가해자를 과연 심신미약 상태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 12년형 용납 못하는 국민 법감정

이번 사건을 통해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 가능한 한 엄벌을 바라는 국민 법감정과 법원의 선고 형량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으로는 여론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형량이 선고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양형 기준에 따르면 조씨가 저지른 강간상해죄는 가중 요소를 적용하더라도 징역 7~11년이다. 판사 재량으로 더 높은 형을 선고할 수도 있지만, 이 기준만 놓고 보면 언제든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법정형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외국에 비해 아동 대상 성범죄의 형량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입법 단계에서부터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음주가 범죄를 유발하거나 범죄 양상을 더 위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술을 이유로 형을 줄여 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경쇠약이나 노쇠 등 다른 심신미약과 달리 음주는 상당 부분 본인의 선택으로 인해 시작된 행위라는 점도 거론된다.

아동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거나 피해자가 성인이 될때까지 공소시효를 중지시키는 방안도 제시된다. 성범죄자의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법안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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