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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개월 만에야 대화 트이는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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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개월 만에야 대화 트이는 용산참사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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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정운찬 총리가 추석에 용산참사 유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워낙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해결책이 선뜻 나올 리야 없지만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유족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마음을 어루만지려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징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유족들은 그 동안 정부의 사과, 진상 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구속자 석방, 합당한 보상 및 생계대책 등을 요구해왔다. 엄격히 판단하자면 보상 및 생계대책을 제외한 나머지는 법적 판단이 최종 마무리돼야 비로소 해결에 나설 수 있는 문제다. 아무리 요구가 절박하더라도 이런 문제들을 정의적(情誼的)으로 처리하게 되면 법질서와 그 안정성을 훼손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전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현재로선 총리의 유감과 책임감 표명이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 표시임을 유족과 범대위측도 인정하고 이 바탕 위에서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결국 현실적으로 당장 논의할 수 있는 문제는 보상과 생계대책 부분이다. 그러나 임대ㆍ임시상가 제공 역시 용산4 재개발구역에서 현행 법 제도에 따라 보상이 완료된 90% 가까운 세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곧바로 제기될 수 있어 해결이 쉬운 사안이 아니다. 다만 보상 부분은 이 역시 재개발조합이 당사자인 사인(私人)간 문제이긴 해도 비극적 인명피해를 겪은 유족들의 입장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 지원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 총리가 대화 주선에 노력하고 유족들과의 협의창구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에 주목한다. 대화를 해야 선후ㆍ완급ㆍ가불가를 따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데도 이제야 이런 장치가 마련되게 된 것은 한심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재개발제도 개선책 마련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당장 논의와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정 총리의 말대로 누구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현행 재개발은 근본적 제도개선 없이는 언제든 참사가 재발할 수 있는 화약고임을 재차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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