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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 현대차 노조와 갈등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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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 현대차 노조와 갈등 빚나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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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업계 노사관계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현대차 노사(勞使)ㆍ노노(勞勞)관계에 새 변수가 등장했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위원장에 현대차 노조위원장 출신의 강성인사인 박유기씨가 당선된 것.

사실 현대차는 중도실용을 표방한 이경훈씨가 노조위원장(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노조지부장)으로 당선되면서, 모처럼 노사평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강성집행부가 꾸려지고, 더구나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 노조위원장 출신이 선출됨에 따라 향후 현대차 노사 및 노노 관계에 적잖은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6대 위원장에 박유기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지난 1일 당선됐다. 박씨는 전날 열린 2차 찬반투표에서 전체 투표자 9만4,374명 가운데 64.1%인 6만506표를 획득, 임기 2년의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박씨는 19개 지역 및 기업지부 가운데 정작 친정인 현대차 노조에선 49.2%의 최저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달 중도실용의 이 위원장이 당선된 현대차 노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노조 관계자의 분석이다.

현대차 주변에선 앞으로 이경훈 위원장이 이끄는 '온건' 현대차 노조와 박유기 위원장이 맡게 된 '강성' 금속노조간에 상당한 마찰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제12대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금속노조 강화' 대 '실용'이라는 극렬한 노선 대립을 보이며, 3차 결선 투표까지 치르다가 결국 박 위원장 측이 박빙으로 승리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시각차는 현대차 노조와 금속노조의 관계 정립에서부터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현대차 노조의 지역지부전환을 거부하며 오히려 '금속노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특히 금속노조에게 있는 교섭권, 체결권, 단결권을 다시 산하 지부인 현대차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금속노조 탈퇴를 시사하는 '최후의 결단'을 내리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유기 신임 금속노조 위원장의 노선은 정반대다. 현대차 노조를 기업 노조에서 지역지부로 전환함으로써 산별 노조를 완성하겠다는 생각. 박 위원장은 실제로 2006년 현대차 노조를 금속노조로 편입시키면서, 민노총의 비정규직법 철폐, 한미FTA 반대 등 정치투쟁을 주도했었다.

여기에 박 위원장은 2006년 현대차 노조위원장 재임시절 발생한 노조창립기념품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 현재 현대차 노조에서 징계 절차가 진행중이다. 어떤 징계가 나오느냐에 따라 박 위원장이 금속노조 위원장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에 온건지도부가 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박 위원장 노선을 지지하는 강성그룹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이 극한 대결로 갈 경우, 현대차 노조는 전임 위원장 지지파와 현 위원장 지지파로 노노 갈등을 겪을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 경우 현대차 노사관계도 예측하기 힘든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게 회사측 분석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나 박 위원장 모두 실익 없는 극한 대결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당선소감에서 "이경훈 지부장과 빨리 만나겠다"고 밝힌 것, 이에 대해 이경훈 위원장도 "노선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주중으로 박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 모두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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