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란 꼬리표는 좌완 금민철(23ㆍ두산)에겐 벗어 던지기 어려운 짐이었다. 2005년 데뷔 이래 4년간 성적은 고작 6승9패17홀드. 좋은 공을 지녔지만 컨트롤 불안 탓에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할 때가 많았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맞은 2009년. 일본 미야자키-쓰쿠미 스프링캠프에서 금민철은 두산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쓸 만한 왼손투수의 필요성을 절감한 두산은 캠프 기간 좌완 발굴에 '올인'했고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이를 악문 금민철이 적임자로 눈도장을 받았다.
금민철은 비록 올시즌 초반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약방의 감초로는 손색이 없었다. 고질병이던 허리 통증에서 탈출, 투구 밸런스가 안정을 찾으면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차곡차곡 승리를 쌓았다. 올시즌 성적은 7승2패 평균자책점 4.43.
미완의 대기에서 전성기 문턱을 밟은 금민철이 큰 무대에서 단단히 일을 냈다. 30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른 금민철은 6이닝 6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었다.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이자 9경기 만에 올린 첫 승. 또 6이닝, 96개 투구는 데뷔 후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다.
이날 금민철은 최대 고민이던 볼넷이 아예 없었고 몸에 맞는 공도 1개가 전부였다. 최고 구속 140㎞의 직구 공끝이 올시즌 들어 최고로 날카로웠고 주무기인 커브와 체인지업은 땅볼 유도에 그만이었다. 금민철이 예상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두산 불펜도 한 박자 숨을 돌리게 됐다.
경기 후 금민철은 "부담이 없지 않았는데 즐긴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던졌다. 내야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몸쪽 승부에 집중했고 마음먹은 대로 공이 낮게 제구됐다"면서 "두산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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