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 우연히 흘러나오는 한 라디오 광고가 귀에 쏙 들어왔다. 영화배우 조재현의 목소리였다.
어린 시절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았단다. 진찰을 해 본 의사는 약을 처방하는 대신, 목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그렇게 해도 낫지 않으면 그때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하면서 조재현을 돌려보냈다. 조재현의 어머니는 "의사 선생님이 약보다 더 좋은 것을 주셨구나"라며 흐뭇해 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시 조재현을 진찰한 의사의 말은 진정으로 환자의 건강을 생각한 처방이 아니었나 싶다. 또 조재현의 어머니는 상당히 심지가 강한 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아이도 지난 20개월 동안 자라면서 여러 차례 감기에 걸렸다. 아이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 그때부터 갈등에 빠진다. 바로 병원엘 데려가 약을 먹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둬야 하나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다 대개는 병원과 약을 선택하게 된다. 아이가 안쓰러우니 참기 어렵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기침은 목과 가슴에 있는 수많은 근육을 정교하게 움직여 호흡기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이다. 결국 기침을 못 하게 막으면 병원균이 빠져나가지 못해 감기를 이겨내는 데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 실제로 몇 달 전 아이가 기침이 잦아졌길래 동네 한 소아과를 찾았더니 의사가 "기침하게 그냥 두라"고 권했다.
재채기나 코 막힘도 비슷한 작용이다. 공기 중에 섞여 있던 이물질이 코로 들어오면 인체는 재채기를 일으키거나 콧물을 흘려 내보낸다. 코와 연결돼 있는 기도 기관지 폐 같은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평소에도 가끔 코가 막힐 때가 있다. 콧구멍 안쪽의 점막이 살짝 부으면서 공기가 들어오는 양이 줄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현상이라고 추측한다. 미열이 나는 것도 몸이 병원균과 맞서 싸우는 방어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 발열반응일 수 있다.
일부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기침 재채기 열 같은 생리 현상을 진화시켰다는 주장도 한다. 그런 증상이 일종의 환경 적응 수단이라는 뜻이다. 아이의 기침이나 재채기에 좀 더 대범해져야겠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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