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업체인 대우건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마감된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 국내기업은 한 곳도 없고 거의 대부분 외국회사 또는 외국계 펀드들이 신청서를 냄에 따라 지금 분위기라면 대우건설은 국내 대형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외국 주인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간판기업을 외국계 자본에 넘기는 것에 대한 시선이 워낙 곱지 않아, 현 대주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내심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얼마' 냐 vs '누구'냐
대우건설 매각의 쟁점은 현재 '얼마에 파느냐'와 '누구에게 파느냐'로 갈려 있다. 여기엔 매각주체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당사자인 대우건설간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관심은 당연히 가격. 유동성문제 해결을 위해 대우건설을 처분하는 만큼, 금호아시아나측은 가급적 많은 값을 받아내는 것이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팔리는 당사자인 대우건설측은 '새 주인이 누구인가'가 최대 관건이다. 누구에게 팔리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가치와 구조조정방향 등이 달라지기 때문. 사실 대우건설은 2006년 6조4,000억원에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넘어갔지만, 결국 알짜부지와 사옥 등 우량자산만 팔린 채 3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이번 만은 장기적ㆍ안정적 경영을 해줄 새 주인을 맞아 매각반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게 대우건설 내부 정서다. 대우건설측이 처음부터 포스코와 같은 국내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주기를 희망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박형렬 애널리스트는 "금호 입장에서는 풋백옵션 손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인수 주체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인수가격보다는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 방향이 달려 있는 만큼, 이번 대우건설 재매각의 쟁점은 인수주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좁아진 금호와 대우 입장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현재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대우건설 인수의향을 밝힌 곳이 국내 사모펀드 한곳과 외국계 기업 또는 펀드에 국한될 정도로 관심이 낮자, 치열한 인수 경쟁을 통해 인수가를 높이려던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국내기업이 모두 대우건설 인수에 등을 돌린 점, 때문에 외국계에게 넘길 수 밖에 없는 구도가 된 점은 금호측엔 적잖은 부담이다. 만약 외국계 펀드자본에 대우건설이 팔릴 경우, 우량 기업을 외국자본에 팔아 치웠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극동건설을 인수했던 론스타는 알짜 자산과 주식을 처분해 투자이익을 모두 뽑은 뒤 되판 전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극동건설은 '껍데기'만 남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만약 대우건설이 투기성 외국계 펀드에 팔려 유상감자 자산매각 인력이탈 등 극동건설의 전철을 되풀이할 경우, 매각주체인 금호로서도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펀드가 인수할 경우 대우건설의 내적 성장보다는 고배당과 외형 부풀리기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얼마에 팔리느냐가 아닌 누가 인수를 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으로선 투기 자본의 인수를 막는 것이 대우건설 매각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금호측은 인수의향서 접수결과를 토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실사, 본계약 등 매각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 하지만 새 주인이 외국계 펀드쪽으로 기울 경우, 상당한 여론역풍 속에 매각작업은 난관이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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