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걸그룹의 인기는 다시 말하면 지겨울 정도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대형 기획사의 대표 걸그룹의 인기는 물론 카라, 브라운 아이드 걸스, 포미닛이 잇달아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 때문인지 최근 연예계는 '걸그룹 월드' 만들기가 한창이다. 한 CF에서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 카라, 포미닛, 애프터 스쿨의 멤버들을 한 명씩 모아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했다. KBS에서는 여섯 팀의 걸그룹 멤버들을 모은 '청춘불패'를 기획 중이고, MBC는 추석 특집으로 걸그룹 멤버들의 서바이벌 게임 '달콤한 걸'을 방영한다. 단일 걸그룹의 출연을 넘어 그들을 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정도가 된 것이다.
이런 걸그룹 산업의 성장은 요즘 걸그룹의 포지셔닝 전략이 큰 역할을 한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귀여움, 청순함, 친근함 등 기존 여성 그룹의 미덕을 상당 부분 유지한다면, 2NE1은 10~20대 여성들이 눈길을 줄 만한 스트릿 패션에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여성'의 캐릭터를 가졌다.
미닛은 여기에 섹시함과 터프한 이미지를 더했고,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파격적인 춤과 안무로 보다 성인 취향의 섹시함을 강조했다. 카라는 어디서든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최근 데뷔한 그룹 f(x)에는 남장 여자 같은 외모의 엠버가 있을 정도다. 성별, 취향, 세대에 관계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걸그룹이 하나쯤은 있을 만큼 다양한 걸그룹이 생겨난 셈이다.
그룹마다, 멤버마다 이미지가 다르니 CF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멤버를 조합해 새로운 컨셉트의 그룹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TV가 30대 이상 시청자의 구매력을 반영해 MBC '선덕여왕'의 고현정, SBS '스타일'의 김혜수처럼 30대 이상의 여배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사이, 가요계는 10~20대의 매력을 내세울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래서 음악기획사들은 그 자체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젊음'이 필요한 모든 콘텐츠에 관여하며 영향력을 유지한다.
최근 걸그룹의 멤버들이 휴대폰 CF나 드라마의 중요한 배역으로 연이어 캐스팅되는 것은 걸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작자들이 젊은 여성의 캐릭터가 필요할 때마다, 가장 먼저 걸그룹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요즘 걸그룹의 붐은 지금 음악산업 제작자들이 이제 음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 믹스를 염두에 둔 캐릭터 산업으로 '업종 변경'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일는지도 모른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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