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았다. 긴 안목에서 보면 지난 60년은 중국이 강대국 지위의 회복이라는 염원을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다. 강대국 지위의 회복은 19세기 중엽 아편 전쟁으로 서구의 침탈을 경험하면서 중국의 민족적 염원으로 자리 잡았다. 혁명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공산 정권 또한 이러한 염원을 실현하려 추구했다.
국제질서 변화 잘 헤아려야
물론 지난 60년 동안 중국이 부국강병 목표를 달성하려 시도한 방식에는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다. 초창기 중국은 마오쩌뚱(毛澤東)의 주도로 내적으로는 수천 년 동안 지속된 정치질서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세계 질서의 혁명적 변화를 추구했다. 세계의 지배적 흐름을 거스르는 중국의 시도는 이상적이긴 했지만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고 부국강병 목표의 달성은 요원해 졌다.
이러한 흐름을 바꾼 것은 개혁ㆍ개방 정책의 도입이다. 중국은 혁명 대신에 발전을 선택했고, 외부세계와도 대결이 아니라 참여와 협력을 추구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접궤(接軌)'를 통해 중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지난 30여 년 간 중국경제는 연평균 9%를 넘어서는 고도성장을 지속했고 이에 힘입어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또 멀지 않은 시기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급격하게 증대시켰다. 이제 중국이 없이 국제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국제사회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했다. 특히 지난 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미국과 중국의 국력격차를 급격하게 축소시킴으로써 양국이 함께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체제를 가시화시켰다. 중국은 마침내 오랜 염원을 실현할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강대국 중국의 세계무대 중심으로의 귀환이 세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가장 분명한 변화는 국제체제의 힘의 분포에서 찾을 수 있다. 거대 중국의 등장은 미국이 장악해온 세계구조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미국이 주도해온 기존질서에 중국이 오연하게 도전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도 국제체제 참여를 통해 성장한 기존질서의 수혜자라는 사실과, 국제적 지도력의 전제조건인 새로운 표준을 창출하지 못한 현실이 중국으로 하여금 기존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제약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기존 패권국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경절 행사를 앞두고 중국이 경계와 통제를 극도로 강화하고 있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중국은 아직도 많은 해결해야 할 국내적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관심이 당분간 국내문제에 집중될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신뢰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양국 간 협력을 제약한다.
유연한 국가전략 모색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중국은 미국과 사안별로 협력하거나 갈등하는 복합적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국력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양국관계의 평등성은 지속적으로 제고될 것이다. 여기에서 향후 세계질서와 국가관계의 복합성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국제질서가 크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기존 인식이나 타성에 집착하기보다 변화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의 변화는 우리의 국가 전략을 고차원적으로 유연하게 이끌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모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일깨우고 있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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