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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니하오, 슈퍼차이나] <4> 내재된 리스크, 과연 폭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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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니하오, 슈퍼차이나] <4> 내재된 리스크, 과연 폭발할 것인가

입력
2009.10.0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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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내적 위기감은 빈부격차와 도ㆍ농격차, 지역격차, 민족격차 등에서 비롯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건국 60주년을 맞아'사회안정'을 가장 큰 화두로 꼽은 것도 이들 격차가 확대될수록 위험수위가 고조되기 때문이다. 민족간의 갈등이 기폭제가 된 유혈충돌, 부당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에 대한 노동자의 파업, 지방정부의 토지착취에 대항하는 주민들의 시위, 정치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한 항의 등등. 중국에선 안으로 곪아가던 위험요소들이 이미 밖으로 분출돼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 전역이 각종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상황이 보다 분명해진다. 그 수준은 아직 중국 체제를 심하게 흔들 만큼 위험수위에 달하지는 않았다.'통제와 관리'에 능한 공안기관들의 발 빠른 위기대응이 폭동과 시위를 사전 진압, 찻잔 속 태풍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위험요소에 잠재된 강력한 폭발력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는 우려 가득한 전망도 제기된다.

"세상이 불공평하다. 너무나 불평등한 사회다."

19일 오전 11시25분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행사가 거행될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광장 남쪽 첸먼(前門) 인근 다산란(大柵欄)거리에서 한 40대 남성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무작정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 프랑스 여성 관광객이 칼에 찔렸고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에서 상경한 이 남성은 최근 직장에서 해고된 뒤 여러 차례 불만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절망감과 사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그는'묻지마'식 한풀이에 나섰던 것이다.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의 화려한 번영 이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사회적 불만과 갈등 요소들이 산적, 마치 시한폭탄을 방불케 하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이 일궈온 경제 고성장은 경이로울 정도다. 그러나 중국사회 구석구석에 쌓여온 빈부간 소득격차, 도ㆍ농간 개발격차, 지역간 성장격차, 민족간 발전격차 등 이른바 '4대 격차 후유증'은 중국의 사회안정을 언제라도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아킬레스 건이다.

올 7월초 발생한 건국이래 최대의 민족갈등인 위구르족과 한족간 유혈충돌사건과 철강회사 간부가 노동자들에게 집단구타 당해 사망한 퉁화철강(通鋼)사건은 사회불안정의 대표적 사례다. 또 지난해 충칭(重慶)의 택시파업시위, 광둥(廣東)성 선전의 공안에 맞선 시위,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와 광둥성 산터우(汕頭)의 택시기사 파업시위,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의 임금체불 항의시위, 간쑤(甘肅)성 룽난시 재개발관련 관공서 약탈시위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은 각종 충돌과 시위들로 얼룩지고 있다. 2005년 7만4,000건이던 시위횟수가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12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증한 것은 특히 주목할만하다. 중국 당국은 사회불안으로 시위가 늘어나자 2005년부터 시위횟수 발표를 공식 중단했다.

중국의 극심한 빈부격차는 가장 대표적인 사회불안 요소이다. 최근 가난은 자손들에게까지 대물림된다는 의미의'핀얼다이(貧二代)'라는 유행어가 생길 만큼 경제성장에 따른 빈부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이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Gini)계수에서 확인된다. 0~1로 표시되는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평등을 의미하고 숫자가 커질수록 빈부격차가 심한 것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전 중국의 지니계수는 0.2 정도였지만 2007년 0.5까지 벌어졌다. 소득격차의 위험수위인 0.4를 넘어선 것이다. 류푸위앤(劉福垣)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소 부원장은 "약 70%정도의 중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 5,000위안(약 933.5만원)이하로는 베이징이나 상해에서 아파트 1㎡도 살수 없다"며 "가난했지만 평등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와 부유하지만 불평등한 개혁개방 이후 시대의 괴리는 중국이 당면한 난제"라고 지적했다.

도시와 농촌간 개발격차의 심화는 농민들이 농촌을 버리고 대거 도시로 몰려들게 만들고 있다. 농촌을 떠난 유랑민들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지난해 말 현재 도시민의 연평균 소득은 1만5,781위안으로 농촌 평균 소득 4,760위안보다 3배 이상 많다. 중국의 8억 농민은 이처럼 경제발전에서 소외돼 있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통계상 도ㆍ농간 소득격차는 3.33대 1이지만 실제는 6배에 이를 것"이라며 "유랑 농민들이 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채 연대해 집단적 불만표출에 나설 경우,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족과 소수민족 간 갈등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은 민족대단결과 조화를 가장 강조한다. 1일 국경절 행사에서 56이라는 숫자를 부각시키는 이유는 중국이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기 때?甄? 대규모 열병식에 각 민족을 상징하는 56개 부대가 참여하며 톈안먼 광장에는 '민족단결 기둥'이란 이름을 단 10여m 높이의 붉은색 기둥 56개가 휘황찬란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소수민족 문제는 뿌리깊은 민족갈등의 역사와 소수민족의 경제적 소외, 사회적 차별 등 그 복합성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베이징(北京)대의 한 교수는 "중국정부가 최근 민생재정 및 사회보장망 확대 등에 심혈을 쏟고 있지만 사회 갈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며 "중국정부의 목표인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와'대동사회(大同社會)'실현은 이 같은 내재된 리스크 해결 없이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 루이타이록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

"중국이 사회주의체제라는 것은 모두 허구이다.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계층간 불평등이 심화됐고 도농ㆍ지역간 격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경제가 고성장을 이뤘지만 복지ㆍ의료ㆍ교육 분야 등 어디에서도 사회주의체제에 걸맞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길들여진 성장중심 정책에서 탈피, 재분배 정책에 대한 시급한 균형조정과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

홍콩대의 루이타이록(呂大樂ㆍ사회학ㆍ사진)교수는 27일 홍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사회계층간 불평등은 중국 경제체제의 모순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체제를 느끼려면 유럽으로 가고, 자본주의 체제를 보려면 중국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며 "중국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잉태한 사회적 갈등과 모순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2050년 '대동사회(大同社會)'의 목표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_최근 중국 사회계층의 특징은.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공산당간부와 지식인, 노동자, 농민이라는 직업보다는 누가 먼저 시장경제에 적응, 경제적 지위를 얻느냐에 따라 사회계층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나아가 지금은 높은 교육비 부담 등을 감내할 수 있는 밑천과 커넥션이 없이는 신분상승의 기회를 가질 수 없다. 사회계층간 이동이 크게 준 것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등교하는 소황제'푸얼다이(富二代)'가 있는 반면 산골에서 밭일 하느라 학교도 못 가는'핀얼다이(貧二代)'가 병존하는'빈부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

_사회계층간 갈등의 심각성은.

"중국정부가 6년 전부터 민생 재정투자와 사회보장망 확대에 나섰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계층집단에 획일적 잣대를 댈 경우 일어날 저항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최근 시위가 많이 늘었지만 국소적이고 정치적 이슈로 직접 연결 되지 않아 대규모 폭동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큰 사회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작은 모순이 전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큰 소요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_중국의 중산층은 어떤가.

"커다란 새장에 갇혀있는 사람들이다. 시장경제 발전으로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구는 있지만 함부로 거리로 나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그 만큼 정부의 통제와 관리를 의식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이들의 가치판단과 의식수준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정치적 변화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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