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成形)은 사람만 하는 것일까. 건축물도 오래돼 낡고 좁은 주택을 넓고 편한 새집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리모델링'으로 성형을 한다. 기본 골격(골조)만 남기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혀 새로운 디자인과 설계가 적용돼 새롭게 재탄생 하는 아파트 리모델링 세계를 엿봤다.
찾아간 곳은 단지 전체(3개동 284가구)가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서울 당산동 쌍용예가(옛 평화아파트) 리모델링 현장.
지난해 7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내부 공사가 한창인 이 아파트는 2007년 완공된 서울 방배동 '쌍용예가 클래식(옛 궁전아파트)'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 되는 아파트다.
넓고 편리해지다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72.6㎡(22평)는 93.5㎡(28평)으로 ▦92.1㎡(28평)는 115.3㎡(34평) ▦111.4㎡(34평)는 137.7㎡(41평)로 각각 면적이 늘어난다. 가구 별로 14~26㎡(4~7평) 가량 증가한 셈이다.
기존 지상 주차장은 산책로와 녹지 등 조경 공간으로 조성된다. 또 아파트 리모델링 최초로 1층은 개방감을 강조한 필로티 공간으로 바뀌며, 수직 증축을 통해 기존 12층 건물을 13층으로 높였다. 신설된 필로티와 지하층 공간에는 동별 전용 로비라운지와 세대별 사물함 등을 두고 주민 공동시설로 활용하도록 했다.
특히 기존 골조를 그대로 둔 채 이전에 없던 지하 2층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만들었다. 과거 지상 1층까지만 운행했던 엘리베이터도 지하층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 주차 대수는 58대에서 285대로 약 5배나 늘어났다.
아파트 리모델링 최초로 벽체에 진도 6.5~7 규모의 지진도 견뎌낼 수 있는 특수장치인 댐퍼 (Damperㆍ진동 흡수 장치)를 매립하는 등 내진설계에도 신경을 썼다. 낡은 수도관과 가스관, 전기선로도 모두 빼내고 새 것으로 교체돼 속까지 확 바꿨다.
높아진 몸값
당산평화아파트가 이 같은 환골탈태를 하기 위해 들어간 공사비는 3.3㎡당 280만원 정도. 여기에 조합운영비와 기타 사업비 등을 포함해 리모델링에 들어간 전체 비용은 가구별로 약 9,000만~1억7,000만원 선이다. 조합원들이 적지 않은 추가비용을 부담했지만 최근 시세를 살펴보면 남는 장사.
2005년 리모델링 추진 직전에 시세가 2억5,000만원 안팎이던 111.4㎡(34평)의 경우 최근 6억원 선을 육박하니, 가구별 추가분담금을 감안하더라도 한 집 당 1억원 안팎의 차익은 본 셈이다.
아쉬운 관련 제도
리모델링은 제도적으로 아직 미비한 부분이 많다.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 낭비가 덜한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양영규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 부장은 "가구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수직증축을 허용할 경우 설계가 더 원활해져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건축에 비해 불리한 취득ㆍ등록세, 양도소득세 규정도 손질을 해야 한다"며 "리모델링이 활성화돼 대량 시공이 가능해진다면 공사비도 지금보다 더 낮아져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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