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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남자 변신 '호우시절'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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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남자 변신 '호우시절' 정우성

입력
2009.10.0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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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서부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좋은 놈' 정우성이 멜로 영화로 돌아왔다. 10월 8일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에서 중국 출장 길에 우연히 미국 유학 시절 좋아했던 메이를 만나, 잊고 있던 사랑의 자장에 걸리는 월급쟁이 동하로 나온다. 메이 역은 중국 여배우 가오윈윈이 맡았다. '놈놈놈'에서 말 달리고 총을 쏘면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엔 다시 찾아온 사랑에 설레고 망설이는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했다.

올 봄 한 달 간 중국 청두에서 찍은 이 영화는 극히 일상적이고 잔잔한 사랑 이야기다. 극적인 사건이 없으니, 섬세한 감정 표현이 더 중요한 영화다. 배우로서는 어려운 과제였겠다 싶은데, 그의 대답은 달랐다.

"사랑의 감정과 리듬, 일상성이 잔잔하지만 커다란 물결처럼 메아리친 것 같아요. 동하를 연기할 때 감정의 파장은 어떤 액션 연기를 할 때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느껴졌어요. 감정의 율동 속에 상대 여배우의 반응을 받고 다시 거기에 반응하면서 짜릿짜릿했으니까요."

언론시사회에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로 중국 현지 촬영의 어려움을 토로한 허진호 감독의 말에 그는 "허진호 감독 만나면 개고생"이라고 받아쳐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배우와 감독이 만나 함께 일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저는 매일 찍을 장면을 정해놓고 빠르게 진행하는 데 익숙하죠. 그런데 허 감독은 촬영을 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스타일이에요. 지금 표현하고 있는 감정 중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글로 표현된 게 다일까 같은 물음표가 계속 떠다니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드러나고 장면과 연기가 완성되는 방식이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죠."

그는 동하와 메이가 비를 피해 가겟집 처마 밑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이 응축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둘은 공통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만 말할 뿐, 서로의 현재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죠. 현실을 확인하기가 두려운 거죠."

영화배우 정우성은 1994년 박헌수 감독의 '구미호'로 데뷔했고 3년 뒤 김성수 감독의 '비트'로 스타덤에 올랐다. 데뷔한 지 15년이 됐지만, 영화에 대한 생각이나 자세는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아직도 영화 촬영 현장에 있으면 가슴이 설레고 생각이 가장 단순해져요. 촬영장이 제게는 가장 행복한 공간이에요. 열정이 있으니까 영화를 계속하는 거죠. 현장이 제게 그런 에너지를 줘요."

그의 꿈이 영화감독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드디어 내년에는 직접 메가폰을 잡고 촬영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2년 전 프로덕션(토러스 필름)을 만들어 입봉 준비를 해 왔어요. 시나리오를 써놨어요. 사랑의 복수극 같은 멜로 영화죠. 배우로 일하다 보니 감독의 꿈은 뒤로 미룬 상태였는데, 내년엔 꼭 영화를 만들 생각이에요. 개봉은 내년을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 '호우시절'에는 예비 영화감독 정우성의 감각이 반영된 장면이 들어 있다. 동하가 메이에게 춤을 청했다가 엉뚱한 할머니와 춤 추게 되는 장면, 동하가 두보초당 앞에서 메이를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제안해서 찍은 것이다. 영화감독 정우성의 데뷔작이 궁금하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사진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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