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자율 통합을 신청한 지역 18곳(46개 지자체)은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만큼 인근 지역과 통합을 고려하는 지자체가 많은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6일 '지자체 자율통합 지원안'을 발표하면서 전국에서 10곳(25개 지자체) 정도를 생각했으나 어제 통합 건의서를 마감한 결과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어제도 '빠른 행정구역 개편'을 다시 독려하고 나서 통합 논의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주민발의 형태로 제출된 건의서가 실질적 통합으로 이어지려면 해당 시ㆍ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관건이다. 지자체 별로 1,0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어느 한 곳이라도 찬성여론이 과반에 미달하면 통합논의는 무산된다. 통합 절차는 여론조사-지방의회 의견 청취-주민투표 등 3단계를 거치도록 돼 있으나 여론조사 결과 과반의 찬성이 나오고 지방의회의 반대가 없으면 주민투표는 생략된다. 결국 정부가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통합의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셈이다.
통합건의서는 단체장들의 합의나, 특정 지방의회의 주장, 민간추진위원회의 의견개진 형태 등으로 제출된 것이 대부분이다. 전체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고, 정부의 의지와 독려에 따라 이끌려 갈 소지가 없지 않다. 특히 정부가 많은 지원금을 통합의 대가로 내걸고 있어 일단 통합하고 보자는 식의 하향식 여론몰이도 우려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표시다. 여론조사에 앞서 찬성과 반대 입장의 주민들 간에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며, 해당 지자체는 통합의 장점과 단점을 공정하게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동안 통합에 반대하는 단체나 주민들의 의견은 소극적으로 처리돼 왔던 게 사실이다. 여론조사 과정이 철저히 공개되는 등 엄정한 관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욕을 앞세워 자칫 장기적 행정개편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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