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 전도사로 변신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오바마 대통령이 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한다"며 "2016년 하계 올림픽을 시카고에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최지 선정투표가 실시되는 2일 총회에서 115명의 IOC 위원을 상대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할 예정이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 아프가니스탄 추가파병 문제, 이란 핵 협상 등 산적한 국내외 현안 때문에 부인 미셸을 대신 보내기로 했으나, 시카고 유치 가능성이 높아지자 직접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미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 위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코펜하겐 IOC 총회에는 나머지 3개 후보국인 일본 스페인 브라질의 국가 정상들이 모두 참여키로 해 자국의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상들이 치열한 득표전을 펼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과거 영국과 러시아가 각각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유치전에 뛰어들어 주목 받았다.
정상들의 올림픽 홍보 효력이 입증되자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후보국 정상들이 대거 코펜하겐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외에도 부인 미셸과 발레리 자렛 백악관 수석보좌관, 안 던컨 교육부장관, 레이 라후드 교통부장관 등이 포함된 대표단이 29일 현지로 떠난다.
이들은 모두 시카고가 있는 일리노이주 출신. 미셸은 시카고가 고향이고,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정치인생을 시작해 이곳에서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인연이 있다. '시카고 사단'이 다시 한번 뭉친 셈이다.
오바마의 올림픽 유치 활동을 놓고 비판과 우려도 나온다. 여러 어려운 현안을 제쳐두고 올림픽에 신경을 분산하는 것은 정치력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만약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음에도 올림픽 유치를 실패했을 경우 정치적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연구원은 "오바마의 코펜하겐 행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들은 별 관심 없는 올림픽 유치에 대통령이 나선 데 대해 국민은 달가워하지 않으며,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건보개혁 등 현안만 잔뜩 벌려 놓고 정리된 것 하나 없이 또 다시 다른 일을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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