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는 서기 751년 김대성이 세운 절이다. 불국사 삼층석탑인 석가탑(국보 21호)에서 사리장엄 유물이 발견됐는데, 만들어진 연대를 알 수 있고 통일신라 공예품 가운데 명품이라 할 수 있어 매우 귀중한 유물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래서 모두 묶어 국보 제126호로 지정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해 오고 있다.
이 유물은 아찔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43년 전인 1966년 9월3일 한밤중에 도굴범들이 석가탑의 사리장엄구 도굴을 위해 2층 몸돌(塔身)을 들어 올리다 실패하고 일부 훼손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1차 도굴 시도였는데 불국사에서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틀 후 9월5일 도굴범들은 3층 몸돌을 들어 올리려다 또 실패했다. 이것이 2차 시도였다.
9월6일 불국사 측은 탑이 약간 기울어져 있음을 감지하고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 알리는 한편, 다음날인 9월7일 탑의 붕괴위험이 발생된 것은 그 얼마 전에 있었던 지진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을 방문한 전문가들은 지진이 아니라 도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주경찰서도 지진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않고 있다가 문화재관리국의 요청으로 하는 수 없이 수사하게 되었다.
결국 9월18일 도굴범 일당 7명이 잡혀 도굴 미수의 전모가 드러났다. 도굴범들이 2층 탑신과 3층 탑신을 들어 올리려다 실패 했지만 이 행위로 탑이 기울어지는 피해를 입어 해체복원이 이루어졌다. 해체복원 과정에서 2층 몸돌 상면에 있는 사리공(舍利孔)에 보관된 사리장엄구(舍利莊儼具)를 수습하게 되었다. 하마터면 석가탑 속의 사리장엄 유물이 도굴될 뻔 했다.
이 때 수습된 유물 가운데 주목을 끄는 것이 바로 닥종이에 인쇄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다. 이 경전은 발견된 후 밀폐된 공간에 보관해 오다 22년이 경과한 1988년 9월19일부터 보존처리를 시작하여 89년 1월31일 완료되었다. 무려 4개월도 넘게 걸렸던 것이다.
그런데 보존처리는 일본의 보존처리 전문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 종이류 보존처리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었다. 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탑을 세울 때 염송하거나 탑 안에 넣으면 수명을 연장 하게 되고 내생에 극락에서 태어날 수 있으며 소원을 성취하게 된다는 불교 경전이다.
지금까지 서기 751년 석가탑이 건립되면서 다라니경을 사리와 함께 넣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지난해 국립박물관에서 당시 수습되었던 또 다른 종이류의 보존처리를 통해 석가탑이 고려시대 중수된 사실과 함께 이 다라니경이 742년에 인쇄된 것도 밝혀져 최초 발견 때 알려졌던 연대보다 9년이나 앞서 인쇄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다라니경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이라는 데 있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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