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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꿈 끝내 못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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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꿈 끝내 못 이루고…

입력
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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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을 앞두고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기대가 크셨는데…."

29일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무렵 경기 수원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이산의 슬픔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실향민의 유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었다.

실향민 이모(75)씨가 수원역에서 몸을 던진 것은 28일 오전 10시 50분께. 이씨는 역사로 진입하던 열차 앞으로 뛰어들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기관사 하모(37)씨는 경찰에서 "열차가 진입하는데 (이씨가) 갑자기 선로로 뛰어들었다"고 진술했다.

유족들(부인과 2남1녀)은 이씨가 "한국 전쟁 당시 부모와 형제를 북에 두고 홀로 내려온 것을 항상 안타까워하셨다"며 "올 추석을 앞두고 통보된 이산가족 상봉 방문단에 포함되지 못해 상심이 더 크셨다"고 말했다.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을 꾸준히 신청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이씨는 한국전쟁 때 북측 지역인 강원 금화군 원동면에서 홀로 남한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이후 군에서 중사로 제대하고 인제군 원통면에 있는 육군 모 부대 주변에서 장사를 하며 북에 있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다 수원으로 주거지를 옮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북쪽 가족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이씨는 지난 60년 세월 동안 부모(생존시 109세)와 누나(76세), 여동생(74세), 남동생(65세), 조카 3명 등 가족들을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상봉자 선정은 직계 부모, 형제ㆍ자매, 고령자 등의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씨는 순위에서 계속 밀린 것 같다"면서 "아직 상봉하지 못한 신청자 가운데 90세 이상 고령자만 4,70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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