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 추진)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나 여러 관계자들과 의논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해답을 내놓겠다."
정운찬 신임 총리는 29일 세종시 문제에 대한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비슷한 언급은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 말의 무게가 다르다. 정식 행정부 수장의 언급이다.
물론 정 총리는 "아직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 자락을 깔면서도 수정 쪽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 총리가 임명되면 세종시 수정론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뿐만이 아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세종시 수정론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28일 때맞춰 '정 총리 인사청문을 계기로 세종시 건설을 원안(9부2처2청 이전) 보다 수정하자는 여론이 많아졌다'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점이 절묘하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대신에 정 총리와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 수정론 총대를 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과천과 송도 신도시를 비교한 대목이다. 정 총리는 "과천 같은 도시 만들 것이냐, 송도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에 대해 세심하고 넓은 고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행정도시와 비즈니스도시 사이에서의 고민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정 총리 속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과천은 박정희 정권 당시 안보용으로 관악산 기슭에 조성된 행정중심도시다.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지만 이곳에 들어선 정부 청사가 지역발전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송도 신도시는 대학과 연구소,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BT)업체가 들어서는 교육·과학·의료·첨단산업 도시로 만들어지고 있다.
연세대 이제선 교수(도시공학과)는 "과천은 주거 중심에 행정기능이 복합된 것이라면 송도는 지식기반산업에 주거가 보조적으로 따라가는 형태"라며 "행정도시는 조용하고 단아하지만 자족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반면 송도는 활기차고 자족기능을 충분히 갖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행정부처 분산=비효율'시각을 확인한 정 총리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여권이 세종시 유턴(수정 추진)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면 문제는 속도다. 여권 내에서는 당장 국정감사 때부터 세종시 수정론을 공론화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10·28 재보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사진=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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