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골목길은 현대화의 광풍에 휘말려 퇴락의 길로 내몰린 섬마을 사람들을 그린 '바다 거북의 꿈'을 공연한다.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김민정씨의 작품이다.
그러잖아도 뒤숭숭한 동네다. 그런데 살인을 저질러 복역하고 돌아온 뒤 복수라도 하듯 더욱 악랄하게 횡포를 부리는 남자(찬반) 때문에 작은 마을은 아예 아수라판이 된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장의 포크레인을 뺏더니, 이장직마저 챙긴다. 남자는 포크레인을 몰고 다니며 약자인 벙어리를 장난삼아 밀어부치고 논밭을 깔아뭉갠다. 포크레인 대목에서 연출자는 탱크와도 같은 굉음으로 객석에 그 폭력성을 체감시킨다.
얄궂은 운명이 개입한다. 뭍으로 나갈 꿈만 키우고 있던 그의 딸은 포크레인으로 밀어붙여 만들어진 평지에 세워진 집 주인과 정분이 싹터 아이까지 갖는다. 아이를 지우느니 마느니 부녀가 한판 싸움을 벌이는데, 그 와중에 여자를 짝사랑하던 벙어리가 죽는다. 그런데 그 벙어리는 찬반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극작과 연출을 겸해온 박근형씨가 이번에는 연출만 한다. 연극은 물론 영화에서도 인상적인 악역을 펼치는 윤제문의 활약은 여전하다. 마을의 재앙을 막으려면 당산나무를 지켜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다 결국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갑분 할머니 역을 맡은 고수희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주인영, 이달형 등 출연. 10월 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화~금 오후 8시, 토 3시 7시, 일 3시. (02)6012-2845
장병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