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많이 올라 주택투기지역 지정요건에 해당하는 지역이 전국에 2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 뿐이지만, 실제 집값 상승세가 위험수위에 달한 곳은 20군데나 더 있다는 얘기다.
29일 부동산가격 공식통계기관인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주택가격이 전국 물가상승률(0.4%)보다 30% 이상 상승한 지역(0.52% 이상)은 전국적으로 26곳에 달했다. 이중 7, 8월 2개월 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0.6%)보다 30% 이상(0.78%) 높아 투기지역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곳은 23곳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3구외에 강북ㆍ강동ㆍ관악ㆍ광진ㆍ도봉ㆍ용산ㆍ종로구가 해당됐고, 수도권에선 과천을 비롯해 김포, 인천 동구, 수원 팔달구,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 광명 등이 포함됐다. 수도권 외 지역 중에서는 부산 북구, 울산 남구, 대전 서구, 전주 덕진구 등이 해당됐다.
현행 법상 월간 집값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0% 이상 높은 지역 가운데 ▲2개월간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이거나 ▲1년 평균 상승률이 3년간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높을 때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가 보다 엄격해지고, 과세시 탄력세율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투기지역요건에 해당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투기지역이 되는 것은 아니며 종합적으로 상황을 고려해 지정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기지역 지정여부를 떠나, 정부가 현 시장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으며 자칫 과거와 같은 정책 실기(失機)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의 상당수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어도 무방할 만큼 집값 상승세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세제를 포함한 부동산관련규제는 거의 모두 해제된 상태이며, 인화성 강한 저금리ㆍ과잉유동성이 잠복되어 있는 상태여서 집값폭발 위험은 도처에 널려 있는게 사실. 재건축과 신규분양시장은 이미 충분히 뜨거워진 상태다. 지금 상태라면 투기지역지정요건에 해당하는 지역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거의 매달 심의위원회가 열려 투기지역 지정과 해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며 "요건에 해당된다고 기계적으로 투기지역 지정을 할 필요는 없지만 정부가 너무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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