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전 법무부장관이 29일 퇴임을 앞두고 이달 중순 한 모임을 주도했다.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모임이었는데도 상당수의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앞다퉈 얼굴을 내밀었다. '레임 덕 장관'이 마련한 자리 치고는 '성황'을 이뤘다.
검찰 특유의 끈끈한 선후배간 정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석한 비(非)검찰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다른 관전평이 나왔다.'실세 상왕(上王)'의 주연(酒宴)처럼 보였다는 것.
김 전 장관이 퇴임 이후 완벽한 야인이 된다면 웃고 넘길 수 있는 촌평이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또 다른 요직을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이 평가를 결부시킬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그는 이미 대통령실장 등 요직의 후보로 거명된 바 있다. 이례적일 정도로 임기 막판까지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다음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은 낮지 않아 보인다.
실제 그는 그럴 능력이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 정권 최고의 법무ㆍ검찰 실세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김경한 인맥'이 법무 검찰의 요직에 두루 포진하게 됐다. 아마 그는 역대 어느 누구보다도 힘이 센 전직 법무장관이 될 것이다.'상왕'이 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장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부지런함과 성실함, 소신을 관철시키는 뚝심과 리더십은 부인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그러나 그가 조금이라도 검찰에 대해 퇴임 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이 같은 장점마저 재평가될 수 있다. 힘이 있는 사람은 그 만큼 처신에 더 큰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퇴임 후에도 그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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