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계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가 열린 29일 금강산은 또 한 번 눈물바다가 됐다. 60여년 간 헤어졌던 남북의 이산가족들이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부둥켜 안은 채 흐느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도 보였다.
속초를 출발, 금강산에 도착한 남측 이산가족 431명은 이날 오후 3시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상봉단 99명과 재회했다.
이번 행사 최고령자인 올해 만 100세의 김유중 할머니는 북측의 셋째 딸 리혜경(75)씨를 58년 만에 만났다. 김 할머니는 딸을 만난 뒤 3분여간 말없이 얼굴을 비비며 울먹였고, 혜경씨는 "엄마, 울지마세요"라며 눈물을 닦아줬다. 혜경씨는 경기여고 1학년 재학 중이던 1951년 북한에 넘어간 뒤 의대를 나와 위생보건의로 일해왔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말할 수 없이 기뻐요. 오래 사니 딸도 만나고"라며 감격해 했다.
유일한 '부부상봉' 대상자인 남측 아내 장정교(82)씨와 북측 남편 로준현(81)씨도 이날 59년 만에 재회했다. 16세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23세 때 남편과 헤어졌던 아내는 할머니가 돼 있었다. 아내는 "오늘 오나 내일 오나 기다리다가 내가 시부모님도 다 모시고, 잘 모셨다고 상장까지 받았다"며 원망 어린 눈으로 남편을 쳐다봤고, 남편은 "시부모도 다 모셔주고. 내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는 재혼도 않고 두 자식을 키웠지만 남편은 북쪽에서 결혼해 7남매를 뒀다.
국군 출신의 북측 상봉단 3명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한국전쟁 기간 국군으로 징집돼 전쟁터에 나갔으나 이후 소식이 끊겨 남측에선 '국군포로'로 분류되지 않고 전사 처리됐었다.
1ㆍ4 후퇴 당시 아버지 대신 군대에 갔고 이후 죽은 줄 알았던 북측의 형 윤영(74)씨를 만난 동생 이찬영(71)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형님을 찾았다. 형님이 살아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신 게 제일 아쉽다"고 울먹였다.
이날 행사에선 북측에서 동명이인이 나와 가족을 잘못 만난 사례도 한 건이 나왔다.
남북 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과 환영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다음달 1일까지 2박3일의 만남을 갖게 된다.
한편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속초에서 이산가족 공동취재단과 만나 "북한 핵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는 서로 연관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정부의 입장은 진상규명, 신변안전 보장, 재발 방지 약속 등 (관광 재개를 위해 북측이 받아들여야 할) 3대 조건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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