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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 구직자 대상 이색 기업탐방/ "회사 속살 공개… 일터의 참맛 알려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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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 구직자 대상 이색 기업탐방/ "회사 속살 공개… 일터의 참맛 알려줬죠"

입력
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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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극대화를 경영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봤습니다. 기업의 본질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가 아닌가요?" 참가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다소 당황하는 듯 보이던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얼굴에 어느새 여유가 비친다. "이윤은 기업의 필요조건일 뿐이죠. 우리 회사의 목적은 사회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 활동을 잘하면 이익은 충분히 창출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회사가 적자를 내도 좋다는 뜻은 아니지요."

#"자, 여기 취업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 "와하하"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크린을 통해 소개된 '취업뽀개기' 게시판에서 발췌했다는 글의 내용은 이랬다. '대기업 취직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이번 주만 벌써 면접 6패입니다. 이제 남은 건 샘표뿐…'

28일 서울 중구 필동의 샘표식품 본사. 주주총회 시즌도 아니건만 CEO까지 발 벗고 나선 기업 설명회가 한창이다. 그런데 어째 기업관계자들의 화법이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회사를 포장하기는커녕 대표 상품의 제조 공정을 비롯해 직원의 연봉수준까지 모두 드러낸다.

이는 다름 아닌 샘표식품이 마련한 구직자 대상 기업 공개 행사. 지난해에 이은 2회째로, 기업이 단순히 원하는 인재의 요건을 알리고 구직자를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업문화와 인재상 등을 내보임으로써 맞춤 인재를 찾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오픈 채용의 일환이다. 28~30일 10월 7, 8일 5일에 걸쳐 전국의 대학 4학년 재학생과 대학원생, 졸업생 총 200여명이 참여하는 '2009년 샘표 기업탐방'의 첫날(28일) 일정을 따라가 봤다. 과연 일과가 끝날 때쯤 취업 샘표식품을 바라보는 취업 준비생들의 호감도는 얼마나 높아졌을까.

▦실전보다 더 떨리는 모의 면접

총 38명의 예비 신입사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오전 프로그램은 회사 소개와 자기 소개, 사장과의 인터뷰, 취업 특강, 모의 면접 순으로 진행됐다. 언뜻 평범한 취업박람회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 일정을 소화하는 참가자들의 얼굴엔 웬일인지 긴장감이 역력했다. 샘표식품 인사팀의 김서인 이사와 이성진 차장이 주재하는 모의 면접이 들어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이번 기업 공개는 '11월 샘표 신입사원 공개채용 지원 시 서류전형 통과의 특전'의 조건이 붙어 있는 까닭에 온라인 인ㆍ적성 검사를 통해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마치 실제 면접에 임하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는 신유정(24)씨는 "지원하고자 하는 인사 부문의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 앞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며 이날의 인상적인 일정으로 모의 면접을 꼽았다.

▦공장까지 공개하니 어느새 한가족

"젊은 소비자들은 물을 많이 타서 마시게 해야 할 듯해요." "이 사람들이 벌써 신입사원 같구만." 기업의 실체를 속속들이 알림으로써 구직자들의 호감을 사겠다던 회사측의 전략은 오후 일정부터 실효를 거두기 시작했다. 흰 가운과 위생모를 착용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이천 공장의 간장 제조 공정을 돌아본 이후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샘표식품=간장'만 떠올렸다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샘표식품의 신제품인 흑초 '백년동안'을 마시며 품평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조직생활의 실질적인 정보는 없이 그 동안 연봉 등의 기준으로만 기업을 판단하고 구직활동을 해 왔던 것 같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이 기업 탐방에 참여한 취업 준비생 중 6명을 정식 채용한 샘표식품측은 올해는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11월 공채 인원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이사는 "6명 중 1명이 퇴사한 상태지만 나머지 5명의 조직 충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구직자는 기업문화를 제대로 알고 지원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준비된 면접자가 아닌 잠재적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게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기업 탐방 참가자로 샘표식품에 입사한 김슬아(24)씨는 "상사나 팀원과의 관계가 기업 탐방 때 봤던 것과 거의 흡사해 조직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 2년차 샘표식품 직원들과 만나는 기업 탐방의 마지막 코스 '호프타임'이 되자 연봉, 육아휴직 등의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져 나왔고 술자리는 예정된 오후 7시30분을 훌쩍 넘긴 밤 9시에 끝났다. 홍보직에 지원할 예정이라는 성근화(25)씨는 "막연히 기업에 대해 조금 알고 싶다는 마음에 탐방에 참여했는데 샘표식품이 사람을 키워주는 회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11월 공채에 꼭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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