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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운찬 총리에게 필요한 건 현장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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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운찬 총리에게 필요한 건 현장능력

입력
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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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정운찬 내각이 출범했다. 9ㆍ3개각의 폭은 두드러지게 크지 않았지만 소리 없는 보좌형 총리에서 뚜렷하게 제 색깔을 가진 정 총리에게 바톤이 넘어갔다는 점만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2기 내각이라고 칭할 만하다. 통상 집권 1기 내각은 과욕에 따른 시행착오로 불필요한 갈등국면을 빚고, 후기 내각은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한 안정형 관리내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2기야말로 정권 본연의 철학과 능력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내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운찬 내각에 거는 기대가 각별하게 큰 까닭이다.

정 총리는 이번에 느낀 바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총장을 지내고 대선후보로 거론되면서 느꼈을 관념 속의 국민과, 검증과정에서 맞닥뜨린 현실의 국민 간 차이를 극명하게 인식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준 비유를 인용하자면 그는 가마에 올라 탄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 어렵고 두려운 국민을 모시는 가마꾼의 심정으로 총리직에 임해야 한다.

정 총리는 취임에 즈음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상론들을 쏟아냈으나 크게 조정ㆍ통합ㆍ내실, 이 세가지로 요약된다. 나름대로 시대적 과제들을 제대로 짚어낸 것으로 평가하지만 문제는 실천력이다. 문제 제기, 비판능력과 이를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고 풀어나갈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상아탑의 이론가들이 국정에서 성과를 낸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정 총리는 직선 총장으로서 서울대라는 거대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 이전의 탁상 이론가들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도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고, 남북관계도 정상적 국면으로 전환 안정시켜야 하며, 고질적인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조정의 틀도 이제는 정착시켜야 한다. 어느 하나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제대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내각을 통할해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 가길 바란다. 그게 또한 이번 청문과정에서 국민들에게 크게 진 마음의 부채를 갚아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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